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심장수술 분야에 전설로 여겨지는 두 명의 의사가 있다. 미국의 닥터, 마이클 드바키(Michael DeBakey)와 덴턴 쿨리(Denton Cooley)이다. 이 두 명의 흉부외과 의사는 1960년대부터 서로 경쟁하듯 새로운 수술 테크닉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왔다. 심장 관상동맥 수술, 파열된 대동맥 재건 수술, 인공판막 대체 수술 등 현재 전 세계 병원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심장 수술 테크닉은 둘의 빛나는 연구 성과물이다. 그들이 쓴 논문은 즉시 교과서가 되어 각 나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둘은 끔찍한 원수 관계였다. 미국 휴스턴시(市)에 길 하나를 두고 마주 보는 텍사스 메디컬센터 부속병원에 각각 근무했음에도 지난 40년간 둘은 서로에게 말 한마디도 건네지 않은 사이였다. 둘 다 평생 10만건의 심장수술을 하고, 환자들이 그들에게 수술을 받으려고 몇 년씩 줄 서는 세계적인 대가(大家)들이었음에도 그들은 상대의 수술 실력을 깎아내리고 비판했다.

그들이 처음부터 앙숙이 된 것은 아니다. 한때는 같은 병원에 있으면서 논문도 공동으로 쓰고 지냈다. 그러다 1969년 세계 최초로 이뤄진 인공심장 수술이 둘 사이를 갈라놨다. 당시 드바키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인공심장을 개발했다. 모터를 사람 가슴에 집어넣어 심장 박동을 일으켜서 피를 전신으로 뿜어주는 기계였다. 드바키는 이를 세계 최초로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할 날짜를 잡았다. 하지만 환자 상태가 여의치 않아 수술을 며칠 미루고 학회 참석차 잠시 휴스턴을 비웠다. 바로 그 사이 쿨리가 인공심장을 환자에게 이식해 버렸다. '세계 최초'의 명예는 쿨리에게 돌아갔다. 쿨리는 "나도 인공심장 개발에 참여했고, 그날 수술을 하지 않았으면 환자는 죽었을 것"이라고 했지만, 드바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각각 자신의 문하생으로만 심장수술학회를 따로 만들었다. 제자들이 상대의 수술 테크닉을 거론하거나 상대가 개발한 기구를 쓰는 것은 금기였다. 드바키와 쿨리의 병원을 가로지르는 거리는 의사들 사이에서 'DMZ'(비무장지대)로 불렸다.

그러다 둘은 말년에 극적인 화해를 했다. 2007년 쿨리가 만든 심장수술학회에서 드바키에게 '최고 업적상'을 수여한 것이다. 드바키가 99세, 쿨리가 87세가 된 때였다. 시상식에 드바키는 노구를 이끌고 참석했다. 그러고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덕분에 이런 (화해의) 자리에 참석할 수 있어 기쁩니다(웃음). 이봐 쿨리! 자네한테 처음으로 감동받았네." 다음해에 드바키가 만든 학회는 쿨리에게 같은 상을 수여하면서 둘이 초창기에 같이 썼던 논문을 가죽 장정으로 만들어 선사했다. 그리고 드바키는 그해 10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드바키와 쿨리의 이런 라이벌 관계가 심장수술을 급속히 발전시켰다.

요즘 국내 심장 전문의들 사이에서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이른바 '카바(CARVAR)' 수술의 유효성을 두고 찬성 대 반대 싸움이 한창이다. 그런데 점점 학술논쟁은 사라지고, 변두리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상대방을 비판하면서 내놓은 자료에는 인간성이 어떻다는 등 차마 옮기기 낯 뜨거운 내용도 들어 있다. 제발 학술적으로 대결해서 진정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들의 싸움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