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은 보통 100여 명에서 많게는 수천여 명의 승조원을 싣고 다닌다. 대형사고의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 선박은 사고가 잦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선박 충돌사고는 5일에 한 번씩 발생한다고 한다.
충돌이 아닌 침몰과 같은 대형사고가 나면 인명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15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1912년의 타이태닉 침몰사건이 대표적이다. 전시상황에서 함선의 격침은 그 못지않은 인명 피해로 직결된다.
2차 세계대전 막판, 소련은 독일 선박을 무차별 공격했다. 부상병과 민간인을 피난시키기 위해 동원된 수송선들이 공격 대상이었다. 소련은 2만5000t급 여객선 빌헬름 구스틀로프를 1945년 1월 30일 발트해에서 공격했다. 1만 명이 넘는 인원이 탄 이 배를 소련해군 잠수함 S13이 어뢰 3발로 공격했다. 배는 70분 만에 침몰했고 9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도 소련 해군은 피난선박들을 계속 공격했다. 슈트이벤호 침몰(1945년 2월 10일)로 4500여명이, 고야호의 침몰(1945년 4월 16일)로 6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구스틀로프 격침사건은 역사상 단일사건으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해상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위험은 예견하면 절반은 피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과연 군함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선박 충돌사건의 경우를 살펴보자.
작년 3월 20일 미 해군 잠수함과 상륙함이 서로 충돌하는 사건이 있었으며 작년 10월 27일에는 일본해상자위대 구축함과 한국 컨테이너 수송선이 부딪쳤다. 다행히 두 사건 모두 사망자는 없었다.
1975년 11월 22일의 경우는 달랐다. 8만7000t급 항공모함 케네디와 7930t급의 순양함 벨크냅이 야간기동 중에 충돌했다. 항모의 항공연료 보관탱크가 순양함의 상부구조물과 부딪히면서 큰불이 일어났다.
순양함 벨크냅은 상부구조가 철제가 아니라 알루미늄 재질로 되어 있었기에 상부구조가 쉽게 타버리고 말았다. 충돌에 이어 발생한 화재사고로 인하여 7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을 입었다.
1967년 7월 29일 미 해군 항공모함 포레스탈(USS Forrestal)에서는 믿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행갑판에서 갑자기 발생한 화재가 폭발로 이어졌다. F-4 팬텀 전투기에 탑재된 로켓탄이 오발되면서 적재된 폭탄이 연쇄폭발한 것이다.
이 사고로 134명이 사망하고 161명이 부상했다. 잠수함에서의 화재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2000년 8월 12일 러시아 해군의 오스카 II급 잠수함 K-141 쿠르스크(Kursk)는 신형어뢰의 시험 발사 도중 폭발했다.
첫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으며 2~3분 내에 나머지 어뢰까지 폭발하면서 잠수함이 침몰했다. 8일 뒤 영국과 노르웨이의 전문구조팀이 투입되면서 구조작업이 벌어졌지만 승조원 118명은 이미 전원 사망한 상태였다.
다소 의외의 원인이지만 치명적인 사고도 있었다. 2008년 11월 8일 러시아 해군의 아쿨라급 잠수함 K-152 네르파(Nerpa)는 시험운항 도중에 소방시설의 고장으로 인하여 유독가스인 HBFC 냉매가 유출됐다. 이로 인해 사망자 20명, 부상자 41명이 발생하였다. 특히 해군에 인도하기 전에 이루어진 시험운항이었기에 사망자 가운데 17명이 민간관계자였다. 사고로 인한 어뢰공격과 폭격도 있었다.
1967년 6월 8일 '6일 전쟁'으로 잔뜩 긴장해있던 이스라엘은 미 해군 연구조사함 리버티를 정체불명의 '전투함'으로 단정하고 공격했다. 이스라엘 전투기와 어뢰정의 공격으로 리버티함은 34명이 죽고 171명이 다쳤다.
기뢰에 의한 피해도 있다. 1988년 4월 14일 미 해군의 호위함 새뮤얼 B. 로버츠가 이란이 부설한 M-08 기뢰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10명이 부상했고 그 중 4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란의 기뢰부설을 도발로 단정한 미국은 곧바로 보복에 들어가 '사마귀' 작전을 실시하였다. 이 작전으로 이란 해군 호위함 1척과 포함 1척, 고속정 3정이 격침됐으며 호위함 1척과 해상기지 2개소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기뢰보다 군함에게 더 위협적인 것은 대함미사일의 공격이다. 1987년 5월 17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초계임무를 수행하던 미 해군 호위함 스타크는 이란 공군의 F-1 미라주 전투기가 발사한 엑소세 대함미사일 2발에 피격됐다. 스타크는 CIWS라는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지만 웬일인지 작동하지 않았다. 2발의 미사일 가운데 제2탄이 승조원 거주공간에서 폭발했다. 이로 인해 37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했다.
이렇게 다양한 위험성이 상존하는 만큼 어느 나라의 해군이라도 군함의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비상상황을 상정하고 비상탈출훈련이나 수상생환훈련을 반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