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면 부활절(4일)이다. 서울 사랑의교회 옥한흠(72) 원로목사를 만나 부활신앙의 의미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부활절이 갖는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옥 목사는 2003년 정년을 5년 남겨놓고 스스로 오정현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겨서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그는 이후 2004년 부활절연합예배와 2007년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예배 설교를 통해 '회개' '갱신' '화합'을 호소했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설교와 대외활동을 줄이고 있는 옥한흠 목사는 1일 서울 서초동 국제제자훈련원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확신에 찬 어조로 예수 부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편찮으시다고 들었습니다. 건강은 어떠신지요.
"70대 노인의 건강이 그렇지요. 병이 나고서 스스로 '참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느낍니다. 지금도 사랑의교회에서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가 열리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늙어서 뒷전으로 물러난 사람에게 기도해줄 이유가 없는데도 그렇게 기도해 주시니 '은총과 은혜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모르는 사람을 봐도 참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어쩌다 어려운 분들을 보면 더 간절하게 마음으로 기도하게 되고요. 우리 모두는 기도의 빚을 지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기도의 빚'은 무슨 뜻입니까?
"예수님은 '교회는 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한 부분이 따로 떨어질 수 없다는 말씀이지요. 크리스천은 서로를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모든 크리스천은 다른 이의 기도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더 넓게는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 예수님에게 빚을 지고 있지요. 기독교인이라면 예수님에게 받은 기도의 빚을 모든 이에게 되갚아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부활의 신앙이기도 합니다."
―기독교 신앙에서 예수 부활의 의미는 왜 중요한가요?
"기독교인의 자존심 그 자체입니다. 예수님 부활이 없었다면 우리도 부활할 수 없습니다. 부활하지 못한다면 우리만큼 불쌍한 존재도 없지요. 무엇 때문에 한평생을 씨름하면서 살겠습니까? 부활이 있기 때문에 세상 사람과 다르게 살아도, 성경 말씀대로 살면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괜찮은 것입니다. 이 자존심은 절대 흔들리지 않지요. 저는 요즘 사도신경의 끝 부분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니다'라는 구절을 수시로 암송기도합니다."
―육신의 부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성경을 읽어봐도 예수님 부활을 믿은 것은 제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이들이 사흘간 경비를 섰고, 당시로써는 법정의 증인 자격도 없던 여성들이 예수 부활의 증인이 됐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거짓이라면 어떻게 기독교가 2000년을 이어왔겠습니까? 부활의 신앙이 믿는 자들의 마음속에 새 역사를 만들고, 부활신앙을 받아들인 사회마다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 역사가 기독교 2000년 역사입니다."
―부활 신앙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킵니까?
"대부분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절망이 앞서고 절망에 눌려 살고 있습니다. 뒤집을 수도 없이 누구나 맞게 되는 사건이 죽음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가진 자는 더 가지려 하고, 없는 사람은 더욱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부활신앙을 믿게 되면 죽음 이후의 새 세상을 보게 됩니다.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면 욕망과 집착·탐욕에 대한 브레이크를 갖게 됩니다. 부활한 세상에 대한 희망 덕분이지요."
―사회적으로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다시 기도의 빚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가진 사람, 성공한 사람일수록 기도의 빚에 대한 채무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더 가지고, 더 성공하기 위해 집착하기보다는 어렵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나눌 수 있는 관조의 눈이 생기게 되죠. 또 어려운 상황의 사람은 인내하고 견뎌낼 힘을 얻게 됩니다. 최소한의 균형감각을 통해 희망을 찾고 길을 열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 한국교회에 위기가 있다면 부활신앙의 약화 때문입니다. 부활신앙이 약화되고 세속화되면서 기독교가 세상을 닮아가는 것이 위기를 부르는 것입니다."
―지난해에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셨고, 지난달에는 법정 스님도 입적하셨습니다. 종교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원로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셨는데요.
"종교는 달라도 참 아쉽게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좀 더 버티고 계셨으면 우리 사회에 양지(陽地)가 더 넓어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분들이 가시고 나니 음지(陰地)가 더 다가오는 것 같아 답답함을 느낍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세종시' '4대강 개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큽니다.
"정치현안은 정치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논란에 국가적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고쳐야 할 법과 제도 등이 얼마나 많습니까. 조금만 손질하면 우리 사회가 그만큼 밝아질 수 있는 일이 많은데도 정치 에너지를 다른 곳에서 소진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어려운 이웃이 많지만, 북한의 수천만 동포들은 더욱 비참한 상황입니다.
"북한을 위해 매일 기도합니다만, 저에게 북한은 신학적 수수께끼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분간하기 힘듭니다. 하나님이 북한 사람들의 고통을 너무 오래 방치하는 것 같아서요. 히틀러도 스탈린도 이렇게 오래가지는 않았는데 북한은 왜 저렇게 놔두시는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악을 심판하고 선한 자를 구원하신다는 약속은 분명히 지켜질 것입니다. 부활절을 맞아 북한 지하교회의 교인들이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가졌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목사님은 평생 제자훈련 목회에 힘써 오셨습니다. 제자훈련의 성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제자훈련은 성도(聖徒)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을 닮아 작은 예수가 되겠다고 노력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교회가 할 일은 안 믿는 사람을 예수 믿게 만들고, 믿는 사람은 예수처럼 살게 만드는 것입니다. 신앙과 삶이 일치되는 것이 목표이지요."
―목사님 스스로는 예수님과 얼마나 닮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6년 전 은퇴할 때 평신도 지도자들을 모아놓고 '옥 목사가 예수님 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보라'고 했더니 모두들 웃기만 하고 한명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옥 목사가 예수님처럼 되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했더니 모두 손을 들더군요. 사실 제대로 노력도 못했는데 좋게 봐주어서 감사한 일이지요."
―부활절을 맞아 국민에게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죽음 대신 생명을 바라보고 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삽니다. '내가 지금 몇 살이니 평균수명을 생각하면 얼마나 남았구나'하고 말이죠. 그러나 생명을 내다보는 패러다임을 가지면 삶이 달라집니다. 하루하루 희망을 갖고 감사하며 열심히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