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교수는 얼마 전 대학원 면접시험에 들어갔다가 '학점 인플레'를 실감했다. 응시자 중 서울 유명 대학 노문과에서 평균학점 4.2점(4.3 만점)을 받은 여학생이 있었는데, 정작 러시아어로 질문을 해 보니 눈만 멀뚱멀뚱 뜬 채 한 마디도 대답하지 못했던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31일 대학 알리미(www.academyinfo.go.kr) 사이트에 공시한 186개 4년제 대학의 2009학년도 평균 성적을 보면, A학점이 39.7%이고, B학점 이상은 75.9%에 달했다. C학점 이상은 92.4%에 이른다.

'학점 성형'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 졸업생은 이 수치가 더 올라가서 B학점 이상이 91.0%, C학점 이상은 무려 99.4%였다.

취업에 목맨 대학생들의 '학점 신공(神功)' 방법은 다양하다. 새 학점으로 과거 학점을 대신하는 재수강, 과거를 아예 지워버리는 학점 포기, 심지어 취업 등을 빌미로 담당 교수에게 협박에 가까운 설득을 시도하는 일도 일어난다. 서울 K대의 한 학생은 "요즘엔 중간고사를 망치면 아예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일부러 F를 맞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A학점 비율이 높은 대학은 영산선학대(63%)·광신대(58%)·서울기독대(55%)·차의과대(55%)·포항공대(54%)의 순이었고, 가장 낮은 대학은 목포해양대(28%)였다. 세칭 명문대를 보면 서울대 49.0%(20위), 한양대 42.3%(55위), 연세대 41.9%(59위), 고려대 39.1%(88위), 이화여대 38.0%(103위), 성균관대 35.0%(140위), 서강대 33.4%(156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