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모사의 달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쌍둥이 개그우먼 강주희ㆍ강승희 자매가 가수 전업을 선언한지도 3년이 지났다. 비록 개그계를 떠났다곤해도 그 끼가 어디로 갈까. 새초롬한 첫인상과는 달리 윙크는 인터뷰 내내 특유의 솔직담백한 입담을 과시했다. '트로트 가수들이 대거 등장한 이 시국이 불안하진 않느냐'는 질문에도 "비주류로 인식됐던 트로트가 호황을 맞이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 결국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셈"이라며 밝게 웃는다. 말랑말랑한 자신들의 노래만큼이나 밝고 명랑한 아가씨들이다.
▶ 이젠 구분이 되시나요?
일란성 쌍둥이 자매답게 윙크는 똑같은 비주얼로 팬들을 찾아왔다. 가르마와 무대에 서는 위치 정도로만 구분이 갔던 이 자매가 이번엔 확 달라진 모습이다. 언니 주희는 긴 웨이브머리에 천생 여자다운 스타일로, 동생 승희는 짧은 검정색 숏커트 헤어스타일에 눈꼬리를 길게 뺀 캣츠 아이 메이크업이 인상적인 시크한 도시 여자로 돌아왔다.
주희는 "항상 같은 곳에서 똑같은 메이크업을 받고 똑같은 무대의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번엔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로 자기 자신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3번째 앨범을 발표한만큼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더 이상 쌍둥이 가수로만 기억되기 보다는 주희ㆍ승희 개인의 개성도 드러내보고 싶었다. 주희는 "우리는 쌍둥이라도 성격도 취향도 다른 점이 많다. 이번에 개인 취향대로 컨셉트를 잡아 일부러 다른 미용실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다. 오히려 더 편한 것 같고 새로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 상큼발랄 윙크, 야동 보는 이유는?
인터뷰 중간 주희는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며 야동을 봤다고 폭탄 고백을 했다. '헉!'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그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얼쑤'는 간절하게 그를 원하는 마음을 담아낸 곡이다. 그 느낌을 표현하고자 영화 '색계' 등의 야한 영화에서부터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까지 봤다"고 말했다.
처음엔 가수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주어지는대로, 시키는 대로 수동적인 태도를 취했다면 이번 3집을 준비하면서는 좀 더 욕심이 생겨났다.
이제까지가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밑작업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갈 때라고 느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무대에 임하기로 했다.
여태껏 안무를 따라하기에 바빴다면 이번엔 제대로 느낌을 싣고자 했다. 줄까, 말까.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내가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그 간절한 마음을 눈빛으로, 표정으로 녹여내고 싶었다. 때문에 소위 팜므파탈형 여자가 등장하는 작품과 패션쇼를 찾아봤다. 양조위를 바라보는 탕웨이의 애절하면서도 유혹적인, 하지만 한 구석에는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복잡 미묘한 표정. 빅토리아 시크릿 런웨이 모델들의 당당한 유혹 등을 보며 공부를 했다고. 주희는 "그 간절함을 표현하기 위해 거울을 보고 연습도 많이하고 조언도 구했다. 그런데 SBS '인기가요' 무대를 모니터링하는데 승희의 눈빛이 살지 않는거다. 당장 '색계'를 틀어주고 공부하라고 했다"며 웃었다.
▶ "둘 중 하나는 독신으로 살거야"란 말에
20대 중반. 슬슬 결혼 생각이 들 법도 한 나이다.
승희는 "점을 본 적이 두 번 있는데 한 곳에서는 주희에게, 또 다른 곳에선 나에게 독신으로 살것이라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너희 둘 다 결혼하지말고 그냥 이 집에 살아라'라고 하시더라"라며 웃었다.
살랑살랑 꽃피는 춘삼월이지만 윙크는 현재 남자친구가 없다. 물론 대시하는 남자들도 많았고 그 중엔 연예인도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남자친구를 만나기도 힘들고 아직은 일이 더 좋단다. 하지만 가끔 스케줄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희는 "촬영차 대장간을 찾은 적이 있다. 외롭다고 하니 명장 선생님께서 직접 만든 미니 도끼를 주시더라. 아직도 우리 차 안엔 그 도끼가 있다. 회사 분들은 '외로울 때마다 도끼로 찍어라'며 농담도 하신다"고 말했다.
▶ 달라진 인식 감사하지만
2008년 '천생연분'으로 가수 전업을 선언했을때 대중의 시선은 차가웠다. 방송국에 인사를 가도 "어차피 행사용으로 발표하는 일회성 앨범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이를 악물었고 3년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가수로 인정받고 있다.
윙크는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들어가보면 다시 KBS 2TV '개그콘서트'로 돌아오라는 글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부끄부끄 가수죠?' '결혼하고도 계속해라'라는 글들이 많다. 그런 글을 볼때마다 힘이 난다"고 전했다.
수많은 개그맨들이 앨범을 발표했지만 윙크처럼 가수로 인정받은 케이스는 전무후무하다. 이들이 가수로 성공할 수 있었던 첫번째 비결은 책임감이다. 주희는 "우선 우리를 지원해주는 회사와 선배들의 도움이 컸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선배들을 볼 때면 빨리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생각과 자신들을 응원해 주는 회사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이 들기도 했다고.
두번째 비결은 노력이다. 주희는 "나는 정말 노력파다. 요령을 필 줄 모른다. 오죽하면 대기실에서 연습 좀 그만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연습을 한다"며 웃었다.
마지막은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 승희는 "'얼쑤' 첫 스케줄 때 승희가 노페이로 하자고 말했다. 노래로 보답한다는 뜻도 있지만 즐기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하지만 윙크는 "이제 가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안주하는 것은 덫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버리는 일이다. 언제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윙크는 민요풍의 멜로디에 특유의 말랑말랑한 가사를 얹은 '얼쑤'로 활발한 활동중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틀을 갖고 활동하고 싶진 않다. 트로트라는 장르 안에서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일테면 트로트의 미개척지를 개척한다고 할까? 변화를 가능케하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