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의 작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만든 영화입니다. 솔직히 제작진 입장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원에 놀라고 있습니다."
기독교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대인 중에서 예수를 메시아로 받아들이는 '메시아닉 주(Messianic Jew)'의 문제를 다룬 '회복'(감독 김종철)이 지난 1월 14일 개봉한 지 2개월여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는 예수의 고향이지만 기독교 신자는 극소수인 이스라엘의 종교상황을 생생히 전한다.
영화에서 이스라엘의 유대교 신자들은 "예수는 당시 유대교 랍비들과 문제가 있어 유대교를 떠난 사람" "2000년 전에 죽은 사람이 어떻게 29년 전에 태어난 나를 위해 죽나?" "우리는 하나님 한 분이면 된다" "사람을 신격화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일부 유대교 과격파들은 기독교를 믿는 유대인 집에 폭탄을 배달하고 돌을 던지기도 한다. 이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현재 이스라엘의 '메시아닉 주'는 1만4000명에 이른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이들은 "우리를 위해 한국 기독교 신자들이 기도해달라"고 말한다.
김종철(46) 감독이 영화 '회복'을 촬영하게 된 것은 지난 1993년 첫 이스라엘 여행 때 메시아닉 주들에게 한 약속 때문이었다. 방송작가 생활을 하며 틈틈이 외국 여행을 하던 그는 이스라엘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당황했다. 세계 어디에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기독교 교회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수소문 끝에 한 곳을 찾았지만 사실상의 '지하교회'였다.
그곳에서 만난 메시아닉 주들은 "이스라엘에서 예수를 믿으면 직장에서 해고되고, 학생들은 따돌림당하고, 주부들은 장 보러도 가지 못한다"며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다. 유대교 신자들이 사진까지 실린 전단지를 배포하기 때문에 이사 가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성지순례나 관광을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해서는 접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김 감독은 이후 이스라엘을 32번이나 방문하면서 자료를 확보한 뒤 지난해 9~10월 스태프 10명과 함께 현지에서 이 다큐 영화를 제작했다. 김 감독은 "이스라엘 건국 후 처음으로 메시아닉 주 목사와 교인들이 야외 예배를 드리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등 우연이라고 하기엔 감동적인 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종교영화인데다 생소한 주제여서 1월 14일 개봉 땐 극장 한 곳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반응은 뜻밖에 뜨거웠다. 저녁 시간뿐 아니라 평일 낮 시간에도 극장에 중년 관객들이 몰렸다. 이 영화는 현재 전국 66개 극장, 135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엔 "두 번 관람하기 운동이라도 하자" "한없이 눈물이 흐르더라" 등의 글이 1000개 넘게 올라와 있다. 3월초에는 이스라엘에서 200여명의 메시아닉 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를 가졌고, 이들은 "우리 이야기를 다룬 세계 첫 시도"라며 감격해 했다. 오는 5월엔 모나코영화제에 초청받았다.
김종철 감독은 "영화를 기획할 때부터 이스라엘의 메시아닉 주들이 어떤 고난 속에 신앙을 지키고 있는지를 한국 교인들에게 전하고, 이를 통해 감동과 은혜를 받고 기도 제목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전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어서 후속편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