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의 신작 '시리어스 맨(25일 개봉)'을 한 번 보고 바로 이 '천재 형제 감독'의 '통찰력'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면, 그는 코엔 형제보다 한 수 위 인물일 것이다.

도대체 요령부득(要領不得)인 이 영화는, 최소한 세 번 본 뒤 모든 대사를 일일이 성서·탈무드·코란과 연관지어 따져봐야만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영화가 평론가들의 칭송을 받는 걸 보면, 영화 감상과 영화 비평은 축구와 수영만큼이나 다른 듯하다.

1960년대 독실한 유대교 집안의 가장인 래리(마이클 스털바그)는 물리학 교수로 살고 있다. 그의 주변에서 갑자기 문제들이 창궐한다.

유대교 신자이자 물리학 교수인 래리는 한꺼번에 수많은 문제들과 맞닥뜨리자 어쩔 줄 몰라 한다.

유대교 성인식을 앞둔 아들은 대마초를 피워대고 딸은 코를 높이겠다며 부모 돈에 손을 댄다. 종신교수 심사를 앞둔 래리를 겨냥한 투서가 날아들고 한 학생은 F학점을 높여 달라며 뇌물을 바친다. 아내는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는데, 그녀의 새 남자는 래리의 오랜 친구다. 이때 옆집 여자는 래리를 유혹한다.

영화는 그래서 이 불쌍한 사내가 유대교 랍비 세명을 찾아가는데 랍비들이 헛소리만 하는 통에 점점 패닉 상태로 치닫는 것을 묘사한다. 최고의 랍비는 래리의 아들을 만난 자리에서 엄숙하게 뭔가 읊조리는데, 듣고 보니 제퍼슨 에어플레인(60년대 미국 록 밴드)의 히트곡 가사다.

조엘과 에단 형제의 영화가 쉽고 친절한 적은 거의 없었지만, 이 영화는 특히 심하게 배배 꼬였다. 미국 평론가들은 약속이나 한 듯 구약성서 욥기를 언급하고 있다.

욥은 신의 충직한 종으로, 사탄의 시험을 당해 온갖 불행을 겪으면서도 신을 배반하지 않는 인물. 코엔 형제 영화를 보려면 성경쯤은 통독하고 유대교 풍습과 용어에도 익숙해져야 하는 것인가.

전체 내용이 무엇이든, 영화에는 종종 우스운 장면이 등장한다. 한국 학생 역 배우(데이비드 강)가 한국인 특유의 영어 발음을 과장한 장면이 무척 우습다. 특히 그가 "미어 서마이즈, 서(Mere surmise, sir·추측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는데 교수가 "미어 서, 마이 서(Mere sir, my sir)?"하고 묻는 장면은 폭소 감이다.

결국 이 영화는 세상을 물리학 문제 풀듯 살아온 남자가 모든 해답을 종교에서 찾는다는 내용의 우화인가. 영화 도입부의 자막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라"도 별로 힌트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