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90대 나이의 억만 장자는 20대 나이의 플레이보이 표지모델의 ‘단물’만 쏙 빼먹은 것일까.
90세로 숨진 텍사스의 석유재벌 하워드 마셜을 16억 달러(약 1조8000억원) 유산을 둘러싸고, 그의 아내 안나 니콜 스미스(2007년 약물중독 사망)의 법정대리인과 마샬이 전처에게서 낳은 아들이 벌인 15년간의 법정 다툼이 니콜 스미스 측의 패소로 끝났다.
3월 19일(현지시간) 미 연방 제9순회항소법원은 먀살이 남긴 유언장에는 아내 니콜 스미스에 대한 상속 얘기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며,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마셜의 정신 상태는 멀쩡했다고 판결했다.
전처인 니콜 스미스는 남편이 죽고 나자, 남편이 평소 재산의 절반을 자신에게 주기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유언장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전처의 아들인 피어스 마셜이 유언장을 ‘위조’했고, 남편이 죽기 전에 피어스 마셜이 니콜 스미스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즉, 숨지기 전에 작성된 이 유언장이 전처 아들의 강요로 ‘조작’‘강요’됐었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남편 하워드 마셜이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결국 남편 하워드 마셜이 생전에 작성한 유언장에서 자신의 플레이보이 모델 아내에게 돈을 남길 의사가 없었음을 재확인해 준 것이다.
하지만 이날 판결로 기뻐할 당사자로, 비판에 빠질 사람도 없었다. 스미스와, 전처 아들 피어스 마셜 모두 세상을 떠났다. 이제 텍사스 부호의 유산은 피어스 마셜의 유족에게 돌아간다.
텍사스의 작은 마을 출신인 안나 니콜 스미스의 인생은 ‘드라마’였다. 1967년생인 그녀는 18세에 결혼해 첫 아들을 낳았다.그러나 이혼했고, 고향 술집에서 종업원을 일하다가, 우연히 그녀의 가게에 들린 텍사스 석유재벌 하워드 마샬의 눈에 띄었다.
1991년 이미 80세를 훌쩍 넘긴 부호와 사귀면서, ‘잘난 몸’ 밖에는 가진 것 없었던 스미스는 미 언론의 온갖 ‘입방아’에 올랐다. 1992년에는 성인잡지 플레이모델의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스미스는 마침내 1994년 하워드 마셜과 결혼했다. 그때 하워드 마셜의 나이는 89세, 스미스의 나이 26세였다. 이 결혼을 계기로, 신조어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성공한 남성이 트로피를 취하듯이 얻은 어리고 예쁜 아내를 비꼬는 말)’가 유행하기도 했다. 니콜 스미스는 정신 상태가 불안한 노인을 색기(色氣)로 꼬셔 재산을 가로채려는 여인으로 묘사됐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혼 14개월 만에, 하워드 마셜이 사망했다. 그때부터 스미스는 남편의 전처 아들 피어스 마셜과 유산을 놓고 치열한 법정싸움에 들어갔다.
소송은 10년이 넘도록 계속됐다. 그동안 스미스는 2명의 다른 남자와 결혼해 딸을 하나 더 얻었다. 제일 처음 낳았던 아들은 2006년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같은 해 피어스 마셜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인 2007년 스미스도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심장 마비. 경찰은 스미스가 아들을 잃은 충격과 소송에 의한 스트레스로 약물을 과다 복용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았다. 그녀의 나이 39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