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원이 뭔지 알아? 빨리 몸 벗어나서 하루빨리 다비장 장작불에 들어가는 거야.”
지난 11일 서울 길상사에서 입적한 법정(法頂·78) 스님은 입적 이틀 전에 만난 현장 스님에게 이 같은 말을 남겼다. 현장 스님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싶어서'가 이유였다고 한다.
생전에 법정 스님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이 말에 스님의 철학이 들어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관을 짜지 말고, 사리를 수습하지 말고, 만장(挽章)을 하지 말라"고 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월간조선 4월호는 법정 스님의 지인, 속가의 친척, 그를 모셨던 상좌승 등 6명을 만나 '법정 스님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다.
법정 스님은 지난 2007년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폐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법정 스님과 6촌 지간인 현장 스님은 “관절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간 김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폐암진단을 받았다”며 “생각지 않았던 병이라 처음에는 놀랐다고 들었다”고 했다. 법정 스님은 제자들에게는 ‘속가 아버지도 폐병으로 돌아가셨다’며 담담하게 말했다고 한다.
현장 스님에 따르면 법정 스님은 애초에 수술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육신에 손을 대면서까지 삶에 집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더 오래 사셔야 불법을 세상에 더 전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어렵게 설득했다. 일부 지인들은 미국에서 수술받기를 강권하다시피 했다.
법정 스님은 이후 미국 휴스턴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암 전문 병원인 ‘MD 앤더슨’에서 폐암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법정 스님과 고교·대학 동창인 박광순 전남대 명예교수는 “스님이 다시 강연과 집필 활동을 해서 건강이 완전히 회복된 줄만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초, 암이 다시 그를 찾아왔다. 법정 스님은 지난 1월 말 서울삼성병원에 입원했지만 이번에는 암이 그의 몸을 떠날 줄을 몰랐다. 평소 64kg이던 몸무게는 입적 직전 45kg까지 줄었다. 그는 육신에서 마음을 떠나보냈다.
법정 스님은 평소 자신을 만나러 온 사람들 중에 연로한 분들을 보면 늘 나이를 물었단다. 이 중에 80세가 넘는 이를 만나면, “어이구, 부처님보다 오래 사셨네요. 미안한 마음 가지고 살아야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석가모니는 80세에 열반(涅槃)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장 스님은 “법정 스님이 부처님보다 오래 사는 걸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법정 스님은 마지막 입적의 순간까지 의식이 또렷했다고 한다. 현장 스님은 “몇 차례 병문안을 갔지만 의식이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모든 얘기를 전부 듣고 이해했다”고 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법련사 주지인 보경 스님은 “종교인이라도 죽음을 앞두면 동요가 이는 것이 현실일 것”이라면서도 “법정 스님은 죽음에 대해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담담했다. 오히려 웃으면서 ‘사는 날까지 사는 거지~’라며 여유롭게 말했다”고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4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