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지식인과 기업인, 사(士)와 공상(工商)의 충돌 및 화해가 중요한 이슈가 되리라 봅니다. 200년 이상의 자본주의 경험을 가진 선진국들도 지식인과 자본주의의 화해가 쉽지 않은데, 40~50년에 불과한 우리의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지식인과 기업인의 화해나 공존을 기대하는 것은 조금은 성급하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과거에 위계질서로서의 '사(士) 농(農) 공(工) 상(商)'이 너무 확고해 큰 병폐를 낳았습니다. 이런 신분질서 하에서 사회는 활력을 잃었고, 결국 국망(國亡)의 치욕까지 당하지 않았습니까? 이후 우리는 경제개발에 성공했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범국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지식인 사회는 여전히 '사(士) 농(農) 공(工) 상(商)'적 사고를 버리지 못한 듯합니다. 그들의 현실비판이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일반 사회에서는 '상(商) 공(工) 농(農) 사(士)'가 새로운 신분질서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는 그 부작용이겠지요. 그 해법으로 '공화(共和)'를 정치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도 적용하면 어떨까요? 우리 사회의 여러 직역(職域)을 더 이상 위계질서로 생각지 않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이지요. '지식인은 도덕을 만들고, 기업인은 부를 만든다.' 지식인은 기업인의 존재가치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기업인도 지식인의 존재 이유를 인정하자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10.03.20. 03:30업데이트 2010.03.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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