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워 감시하는 현행 '전자발찌법'은 2008년 9월 시행됐다. 따라서 그 이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대상이 아니다. 부산에서 여학생을 살해한 김길태가 바로 이런 경우였다. 이에 따라 사회 일각에선 전자발찌법 시행 이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전자발찌를 채워 감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여야 정치권은 이런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여성부도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를 관련법 시행 이전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이 법 시행 이전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법을 바꿔 뒤늦게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형벌불소급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전자발찌 부착은 형벌이 아니라 보안 처분에 해당하므로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상반된 두 의견을 싣는다.

정진연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된다 : 제한적으로 적용하면 위헌 아니다

형벌 아닌 보안처분… 중대한 公益이라면
헌재도 '가능' 판시… 자유제한 정도 적어

범죄행위 당시에 처벌 법률이 없었다면 사후에 법률을 제정해 형벌을 부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 형벌불소급의 원칙이다. 그러나 과거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는 형벌이 아

닌, 장래의 재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처분은 행위시가 아닌 재판시의 법률을 적용하여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판례이다. 대법원도 보호관찰이 장래의 위험성으로부터 행위자를 보호하고 사회를 방위하기 위한 보안처분의 성격을 가지므로 범죄행위 당시가 아닌 재판시의 법률에 의하여 부과할 수 있다고 판결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발찌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어디까지 소급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자발찌 부착명령도 보안처분이므로 법시행 이전 성폭력범죄도 법시행 후에 재판을 받게 되면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다고 본다. 현행 전자발찌법도 이런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전자발찌법 시행 전에 이미 판결이 확정돼 수용 중이거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사람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는가이다.

프랑스의 사례가 참고될 수 있다. 프랑스에서 2007년에 3회의 아동강간죄로 18년을 복역한 성폭력범이 출소 직후 5세 아동을 납치 강간하고 40여회의 추가범행을 자백한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국회는 재범 방지대책으로 우리의 치료감호제도와 유사하게 시설에 강제수용하는 '보안유치'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미 재판이 확정돼 수용 중인 재소자에게도 형기종료 후 보안유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이 법안의 위헌 여부를 심사한 끝에 2008년 2월 보안유치가 보안처분이지만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소급적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의 보호관찰과 유사한 '보안감시'와 전자발찌를 채우는 '전자감시처분'을 허용했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시 내용에 비춰보면, 소급 입법에 의해 성폭력 전과자가 입을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또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들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이 가능할 것이다. 성폭력범죄자의 신뢰 보호보다 우선하는 사회 방위를 위한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자발찌는 수용시설에 강제구금하는 보호감호와 달리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아니어서 자유 제한의 정도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사람에 대해서까지 대상을 확대해 소급적용하는 것은 그 범위를 정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대상자의 신뢰를 크게 저해하는 것이어서 지나치다고 생각된다. 전자발찌 부착 요건 판단시 전문가의 정신감정 등 재범 위험성의 엄격한 판단절차를 두어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현재 수용 중인 자가 출소할 때 전자발찌를 채우는 법을 도입하더라도 정부당국에서 반드시 유념하여야 할 것이 있다. 제도 도입이 곧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가 범죄인에 대한 제약을 강화할수록 범인에 대한 치료재활도 그 이상으로 강화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의 법집행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고, 실제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토끼몰이식으로는 역효과가 날 우려가 있다.

김일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된다 : 일시 흥분으로 법치 대원칙 버리나

형벌과 보안처분 모두 소급적용 해선 안돼…
법 안정성 해치는 건 해선 안 될 극약처방

김길태 사건 이후 언론과 시민은 아동 성범죄 예방과 처벌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급기야 여야는 성범죄자들과 미성년자 유괴범에게 부착해 온 전자발찌를 모든 성범죄 전과자들에게 소급하여 적용하는 입법안을 염두에 두고 곧 국회 법사위를 소집할 모양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으면 2008년 10월부터 시행해 온 전자발찌 부착에 관한 법률은 이 법 시행 전의 전과자들에게도 동일한 조치가 적용될 소급(遡及) 입법 형식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같은 소급 입법이 법치국가 형법의 헌법적 제약(制約) 원리인 죄형법정원칙에 반하여 위헌의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죄형법정원칙에서 파생한 소급효금지의 요구는 사후(事後) 입법에 의해 범죄와 처벌을 범인에게 불리하게 소급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예나 지금이나 형사(刑事) 입법자(立法者)는 사회적 충격이 큰 사건이 터지면 사후에 소급적으로 죄를 정하거나 더 무거운 제재를 가하는 방법으로 대중의 반향에 영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은 정치적 격동기나 혁명적 변혁기에 자주 발생하지만, 일상적인 법 생활 속에서도 특정 범죄군에 대한 시민들, 특히 피해자단체의 보복 요구, 안전장치 미비에 대한 여론의 질타, 선거철을 앞둔 시점에서 유권자들의 압력에 못 이겨 입법자들은 이성적인 법 정책을 버리고 소급 입법에 의한 문제 해결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감성적으로 엮어진 소급 입법으로 침해되는 것은 바로 잠재적으로 범인이 될 수 있는 개인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법적 안정성과 신뢰성이다. 법치국가의 시민들은 행위 시 예상하지 못했던 죄목으로 처벌받거나 더 가중해서 처벌받지 않는다는 신뢰와 예측가능성을 가질 때 안정된 시민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전자발찌 부착은 법관의 판결선고를 통해 부착 명령을 내림으로써 집행에 이르는 것이지만, 그 성격은 전통적인 형벌이 아니라 보안 처분의 일종에 속한다. 죄형법정원칙은 형벌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보안처분에는 형벌불소급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그래서 가능하다. 우리 대법원 판례 중에도 그렇게 판시한 예가 있고, 독일 형법도 법률에 달리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보안 처분에는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법치국가의 법질서에서 소급효금지의 원칙은 범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한, 형벌과 보안처분 모두에 미친다고 봐야 한다. 형벌과 보안처분은 법익보호와 범인의 사회복귀를 제재 목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같고, 그를 통하여 범인이 당하는 부자유와 고통 또한 유사하다.

단지 형벌은 책임 원칙, 보안처분은 비례성의 원칙에 의해 제한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형법은 보안처분도 죄형법정원칙 내지 소급효금지 원칙 아래 두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최상위 법익으로 삼는 법치국가 질서는 보안처분을 소급효금지의 예외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법정책은 물길을 따라 굽이쳐 흐를지언정, 극약처방이나 홍수와 같은 범람을 꾀하지 않는다. 손쉽게 소급입법으로 나아가면 선진 법치의 후퇴라는 오명을 얻을 수 있다. 전자발찌도 신상공개도 필요하지만, 소급 입법은 안 된다.

[찬반토론] 전자발찌 착용 소급적용, 위헌 vs 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