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섹시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를 상상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나타난 정인은 아담한(?) 키에 이웃집 여동생 같은 친근감마저 들었다.
하는 행동도 엉뚱하다. 시작에 앞서 음반 관련 자료를 살펴보는 기자를 향해 몰래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
흠칫 놀라는 기자를 보더니 "얼마 전에 카메라를 샀는데 포토 일기를 쓰려고요. 원래 이런 사진은 몰래 찍어야 하는데 렌즈를 보고 있는 장면이 찍혔네요"라며 웃는다.
▶피처링 값? 선물이나 용돈이 전부
사실 정인의 목소리는 음악팬들에게는 익숙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명 가수들의 노래에 피처링을 수없이 했다.
리쌍의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러시' `사랑은'을 비롯해 드렁큰타이거, 다이나믹 듀오, 박선주, 브라운아이드소울, 버블시스터즈, 바비킴, MC몽 등 인기 절정의 가수들이 정인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노래의 맛을 살려주는 독특한 목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가 된 배경도 특이하다. 충남대 해양학과를 다니며 과학자를 꿈꾸던 정인은 2학년 때 밴드 지플라에서 멤버를 구한다는 오디션에 응시해 덜컥 합격했다. 이후 2002년 힙합듀오 리쌍의 데뷔 앨범 작업을 도와주던 버블시스터즈의 추천으로 피처링을 참여한 뒤 실력을 인정받아 단골 객원보컬이 됐다.
그렇다면 객원보컬은 얼마나 벌까? 정인은 "친분으로만 거의 참여를 했어요. 가수들이 나중에 선물이나 용돈을 주더라고요"라며 "내가 부른 노래가 대박이 난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어떤 대가를 바라기보다는 함께 작업하는 그 자체가 좋았어요"라고 말한다.
▶리쌍 길 때문에 박정아도 얻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정인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반을 내기까지는 8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이번 미니앨범 `정인 프롬 안드로메다'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는 높을 수 밖에 없다.
앨범 프로듀서는 리쌍의 길이 맡았다. 정인은 "길 오빠와는 벌써 10년 가까이 알아왔어요. 그만큼 내 목소리가 어떤 노래에 어울릴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지요"라며 "길 오빠가 프로듀서를 맡으니 여자친구인 박정아 씨의 도움도 받을 수 있었어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타이틀곡은 가수 이적이 만든 발라드 `미워요'. 평소 다른 가수에게 곡을 주지 않기로 유명한 이적이지만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보고 음악적인 교감을 나누었던 정인을 위해 특별히 선물했다.
사랑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가사와 드라마틱한 곡의 구성은 녹음과 동시에 타이틀곡으로 낙점을 받았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여기에 프로듀서 길의 완벽주의 성격도 한 몫 했다. 정인은 "이적 오빠가 오케이를 했는데도 길 오빠가 마음에 안든다고 해 무려 9번이나 녹음을 했어요"라며 "이적 오빠가 작업이 끝난 뒤 `이제는 좋은 선후배로만 지내자'고 농담을 했을 정도였다니까요"라고 전했다.
▶트로트, 록에도 도전할래요
이번 앨범에 참여한 가수들은 길, 이적 외에도 화려함 그 자체다. 알렉스와 타블로가 첫번째 트랙인 `쇼(Show)에서 달콤한 목소리와 랩을 선물했다. 리쌍의 또 다른 멤버인 개리는 `살아가는 동안에'에서 사랑과 이별에 관한 솔직한 감정이 살아 숨쉬는 듯한 가사를 선물했다.
또 쥬얼리의 박정아와 하주연은 `걸스 온 쇼크'에서 정인과 호흡을 맞춰 여가수의 파워를 과시했다.
정인은 "그동안 많은 가수들에게 피처링을 해 준것에 대한 보상을 이번에 제대로 받은 것 같아요"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앨범 마지막 트랙에 실린 `고마워'에는 피처링 남자친구라고 적혀있다. 사귄 지 8년이 된 남자친구는 `김정은의 초콜릿'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조정치. 많은 연예인들이 애인을 감추려 하는데 앨범에 떡하니 적어놓은 이유에 대해 "헤어지면 헤어진 내용을 노래로 발표하면 되는거 아니에요?"라며 당당하게 밝힌다.
데뷔 8년 만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앨범을 발표한 정인은 "시작한 만큼 정말 열심히 할 겁니다. 트로트, 록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며 자유로운 이미지를 팬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라고 기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