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9일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인 한명숙 전 총리(66) 5만달러 뇌물수수 사건의 핵심인물인 곽영욱(70) 전 대한통운 사장의 이틀째 증인신문이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형두) 심리로 열렸다.

전날(11일) 검찰의 주(主) 신문에 이어 한 전 총리 변호인의 반대 신문이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는 곽 전 사장이 5만달러를 전달한 경위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곽 전 사장은 "2006년 12월 20일 한 전 총리와의 총리 공관 오찬이 끝난 뒤 식탁 의자에 5만달러를 놓고 나왔다"는 11일 법정 증언이 맞는다고 거듭 확인했다.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사 때는 의자에 돈 봉투를 두고 나왔다고 하지 않았는데 어제 법정에서 그렇게(의자에 두고 나왔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이냐, 어느 쪽이 맞느냐"는 질문에 "법정에서 말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이 이날 법정에서 공개한 곽씨의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곽씨는 "어디다 (돈을) 올려놓고 그럴 만한 곳이 없었던 것 같다. 제 기억으로는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바로 건네준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곽씨는 작년 말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확실치는 않은데 직접 건넨 것 같다'는 진술을 했으나 최근 이 부분 기억이 되살아났다면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곽씨는 11일 공판에서 "의자에 5만달러가 든 봉투 2개를 놓으면서 한 전 총리에게 '죄송합니다'라고 했기 때문에 한 전 총리는 돈 봉투를 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었다.

이처럼 곽씨가 검찰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줬다'고 했다가, 법정에서 '의자에 두고 왔다'는 식으로 진술을 바꾼 것에 대해, 한 전 총리가 소속된 민주당과 변호인측은 한 전 총리의 5만달러 수수 혐의를 벗길 수 있는 호재를 만났다는 입장이다.

곽씨는 5만달러를 건넬 당시 한 전 총리가 입고 있던 옷이나 오찬장의 구조 등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심장병 환자인 곽씨는 또 법정에서 "검찰조사 받을 때 새벽 1, 2시까지 검사와 면담을 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때문에 변호인들은 곽씨가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뇌물 사건에서 공여자의 진술이 조금 바뀌는 일이 가끔 있고, 곽씨는 여전히 '5만달러를 분명히 건넸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의자에 놓고 나왔다는 진술이 훨씬 신빙성이 있다. 박연차 게이트 사건 때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돈을 놓고 나왔다'고 진술한 경우가 많았고, 1심에서 유죄가 나왔다"고 했다. 이른바 '강압수사' 논란과 관련해 곽씨는 고문이나 협박을 받았다는 식이 아니라, "처음엔 3만달러를 줬다고 거짓말했지만, 몸이 아파서 (계속 조사받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5만달러를 줬다고) 진실을 말했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한편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2002년 8월 21일 여성부장관이던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과 서울 서초구에 있는 골프용품점에 함께 가서 일제 혼마 골프채 등 998만원어치 골프용품을 선물받았다'는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해 "당시 한 전 총리가 함께 골프용품점에 갔지만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거절했는데, 자꾸 권해서 골프 모자만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