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 기자] '공부의 신', '추노', '파스타', '제중원',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별을 따다줘'...

현재 방영되고 있거나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들이다. 이 드라마들이 함께 가지는 공통점은 바로 극중 중년 여배우들의 존재감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KBS '공부의 신'에는 극중 강백현(유승호 분)의 할머니 역할로 등장한 김영옥 정도가 눈길을 받았다. 하지만 극을 이끌어 가던 것은 유승호를 비롯한 이른바 '공신돌' 5인방 고아성 이현우 지연(티아라) 이찬호에 김수로와 배두나 정도였다. '열등생들의 꼴찌 탈출기'였던 '공부의 신'에서 중년 여배우들이 설 자리는 좁았다. 유승호를 업어 키운 할머니 역할의 김영옥이 감동을 선사했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수목극 1위를 질주하고 있는 KBS 2TV '추노'에서도 중년 여배우들의 설 자리는 비좁다. 성동일, 이한위, 안길강, 안석환 등 중견 남자 배우들의 조연 활약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중년 여배우는 자취를 찾기가 힘들다. 여주인공 혜원 역할의 이다해와 설화 역의 김하은, 주모 역할의 조미령, 윤주희 등 젊은 연기자들이 눈에 띄고 있지만 사실상 남성적인 색채가 강한 드라마다보니 대체적으로 여배우들의 비중은 작다.

최근 종영한 MBC 월화극 '파스타'나 SBS 월화극 '제중원'과 '별을 따다줘', MBC 수목극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공효진-이선균 주연의 '파스타'는 출연진의 대부분이 청춘 배우들로 채워졌다. 설사장 역의 이성민과 김산(알렉스 분)의 누나 김강 역을 맡았던 변정수 정도가 그나마 나이가 많았지만 중년 여배우의 흔적은 없었다.

'제중원'에서는 황정(박용우 분)의 모친 역을 맡은 차화연이 등장했지만 죽음으로 금세 하차했고 '별을 따다줘' 역시 김지훈 최정원 신동욱 채영인 이켠 등 청춘 연기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오히려 진빨강(최정원 분)의 동생들로 등장하는 아역배우들이 인기다.

11일 종영한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도 마찬가지. 박진희 엄지원 왕빛나로 이뤄진 싱글녀 3인방에 김범 이필모 최철호까지 매력적인 싱글남 캐릭터가 가득하지만 중년 여배우는 없었다.

요즘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중 중년 여배우가 그나마 제 자리를 확실히 지키고 있는 예는 KBS 2TV 주말연속극 '수상한 삼형제'의 막장 시어머니 역 이효춘과 '민폐 계솔' 이보희 정도다. 그나마 이 두 사람은 극 중에서 제 목소리를 내며 에피소드를 만드는 중심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나마 종종 등장하는 다른 중년 여배우들은 그저 구색만 갖췄거나 극 전개에 영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예 중년 여배우가 없는 작품도 있지 않은가.

몇 년 전 엄마 열풍을 타고 브라운관에도 '엄마' 캐릭터가 부각된 작품들이 속속 눈에 띈 적이 있다. 김해숙, 고두심, 나문희, 박원숙 등 중년 여배우들의 명품 연기는 감동을 자아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드라마 속에 중년 여배우들이 소화할 캐릭터가 마땅히 없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중년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작품 속에 역할 비중이 너무 작거나 아예 없는 드라마가 많아 골치다"며 "그래도 남자 중견들의 경우, 조연이나 감초로 활발한 활약을 벌이는 경우가 많지만 여배우들은 다르다. 비중이 너무 작아도 출연하기 애매하고 적당히 맞는 캐릭터가 없어 작품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들이 점점 젊어지고 요즘 트렌드에 편승하면서 중년 여배우들의 브라운관 나들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 아줌마' 전원주나 선우 용녀, 임예진 등이 예능에까지 진출한 현실은 드라마 속 설 자리가 비좁은 데서 비롯된 것이란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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