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 체제경쟁이 치열했던 1956년 비동맹국가 리더인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이 소련을 방문했다. KGB가 그의 호텔 방에 금발 미녀를 들여보낸 뒤 정사(情事) 장면을 찍었다. KGB는 수카르노에게 필름을 보여주며 "우리 편을 들라"고 했다. 수카르노는 "몇 개 더 복사해달라. 우리 국민에게 보여주면 지도자가 정력이 좋은 걸 알고 무척 기뻐할 것"이라고 대꾸했다.

▶서독 여성 가브리엘레 가스트는 1970년대 동독 여행길에 만난 꽃미남 슈미트와 연애를 하다 동독 정보기관 HVA에 불려갔다. HVA는 그를 "슈미트를 포섭하러 온 서독 공작원"으로 몰아 첩자로 만들었다. 슈미트는 사실 '미남계'로 서독 여성들을 포섭했던 HVA의 '로미오작전' 요원이었다. 가스트는 나중에 서독 비밀정보기관 BND에 채용돼 80년대 콜 총리에게 일일 정보보고를 올리는 중책까지 맡았다.

이라크 후세인 정권시절 미국 정보원 아부 라닌은 후세인의 정보기관 무카바라트의 루마니아 책임자가 '여자'를 밝힌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별장으로 초청해 윤락녀들과의 파티를 열어줬다. 그 장면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라닌은 이를 통해 후세인의 해외 첩보요원 명단을 확보, 미국에 넘겨줬다.

북한에 43일 동안 붙잡혀 있다 지난달 풀려났던 한국계 미국인 북한인권운동가 로버트 박씨가 "평양에서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추악한 성적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그의 한 지인이 밝혔다. 박씨는 심한 불안 증세로 한때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김정일에게 인권 개선을 촉구하겠다"며 북한 땅에 들어갔던 그가 석방 직전 북한 매체에 "(북이) 인권을 보호해줬다"고 했을 때부터 뭔가 '험한 일'을 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방북했던 우리 종교계 인사들도 한밤중 호텔 방을 찾아온 정체불명의 미녀를 돌려보내느라 곤욕을 치렀던 경우들이 있다고 한다. 나중에 CCTV 화면을 들이대며 모종의 협박을 하기 위한 북측 공작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북한은 로버트 박에게도 비슷한 시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심했기에 '대화할 때 호흡이 격해져 정상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경'까지 됐다는 건지 기가 막힌다.

식욕과 성욕 사이
'아름다움'은 권력… 미인은 항상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