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자〉를 보면서 공자의 현재적 의미를 생각해봤다. 영화는 외교안보정책을 주무르는 책략가로서의 공자와 민생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행정가로서의 공자, 인명을 중시하는 휴머니스트로서의 공자, 자기를 중용해줄 군주를 찾아 천하를 떠도는 구직자로서의 공자, 그리고 연구하고 집필하는 학자로서의 공자와 제자들을 길러내는 교육자로서의 공자 등 공자의 여러 모습을 골고루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휴머니스트로서의 공자와 교육자로서의 공자의 모습이다. 도올 김용옥은 공자의 사상을 단 두 마디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인(仁)과 호학(好學)을 들겠다고 했는데, 인명을 중시하고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베푸는 공자의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자의 교육관을 현대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사람의 개성과 능력에 맞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과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자의 어록이라고 할 수 있는 〈논어〉를 보면, 공자가 문하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제자들을 두고 있으며, 그들의 성격과 능력을 일일이 파악해 각자에게 맞는 가르침을 베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공자는 성미가 급한 자로에게는 신중한 처신을 가르치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염유에게는 과단성 있는 실천을 권하고 있다. 재여와 자공은 둘다 언변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재여에 대해선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고 비유하면서 꾸짖고, 자공에 대해선 "종묘의 제사 그릇과 같다"고 비유하면서 칭찬했는데, 그들이 살아간 삶을 보면, 공자의 사람 보는 눈이 정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공자의 교육관을 한마디로 '인재시교(因材施敎)'라 하는데, 이는 '사람의 자질에 따라 가르침을 달리 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의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듯이 그들의 적성과 능력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교육은 개개인의 소질과 특성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특성이나 소질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이 횡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볼 때,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공자의 통찰은 여전히 현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먼저 획일적인 사고방식과 학벌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특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할 때다.
공자는 교육의 궁극적 목표를 어진 인간을 길러내는 데 두었다. 〈논어〉에 보면, "행유여력 즉이학문(行有餘力 則以學文)"이라는 말이 나온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신의를 지키고 친절을 베푸는 등 일상적인 덕목을 다 실천한 연후에 그래도 여력이 있다면 문자를 배우라는 말이다. 인(仁)의 실천이 호학(好學)에 우선한다는 것이며, 요즘 언어로 옮기자면, 인성교육이 전문적 지식교육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도덕적으로 건전할 때 국가는 흥하고, 국민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할 때 국가는 쇠퇴한다는 것을 역사는 수없이 보여주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어도 공자의 가르침이 그 빛을 잃지 않는 것은 인간사의 보편적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르침의 핵심은 그의 교육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