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T―뉴스 이다정 기자] KBS 1TV 일일드라마 '바람불어 좋은 날'에서 주인공 김소은(권오복)의 룸메이트인 하솔지 역의 정다영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짧은 커트머리에 중성적인 모습을 통해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것.
T-뉴스가 만난 정다영은 드라마 속 털털한 성격과는 달리 여성스럽고 야무진 면모가 돋보였다. KBS 1TV '큰언니' 이후 소속사 문제로 본의 아니게 1년 가량 쉬어야 했던 그는 "배우라는 일이 너무나 소중하다"라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하솔지 역 위해 '커피프린스 1호점' 윤은혜 참고했죠
정다영이 '바람불어 좋은 날'에서 맡은 하솔지는 고아지만 누구보다 어른스럽고 다부진, 중성적인 역할이다. 하솔지 역을 위해 오랫동안 기르던 머리카락도 과감히 자르고 변신을 시작했다.
"1년 전 '큰언니' 때도 짧은 헤어스타일이었는데 그 때 이후로 계속 기르고 있었거든요. 잘라버린 머리카락이 아깝기도 했지만, 저를 제외한 여자 연기자 분들이 다들 긴 헤어스타일이라 오히려 더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특히 이덕재 작가님이 좋아하셔서(웃음). 변신이 성공적인 것 같아 기분 좋아요."
그간 출연한 작품인 SBS '유리의 성', KBS 2TV '못말리는 결혼', 영화 '용의주도 미스신'에서는 대부분 밝고 순수한 역을 맡았다. 반면 '바람불어 좋은 날'의 하솔지는 남자답고 무뚝뚝한 캐릭터라 겉모습은 물론 연기에서도 많은 변신이 필요했다.
"사실 실생활에서의 저와 지나치게 털털한 솔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목소리나 걸음걸이부터 변화를 줘야 했거든요. 이 때문에 지금도 남자 대기실에 찾아가 연기자들을 관찰하고는 해요. 캐릭터의 완성을 위해 MBC '네 멋대로 해라'의 공효진씨,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씨 캐릭터 등을 참고하기도 했어요."
▶짝사랑? "한 번도 안 해봐서…"
정다영의 상대역은 같은 소속사 식구이자 극 중 사업파트너인 장민국 역의 이현진. 드라마 속에서는 솔지가 민국을 끊임없이 짝사랑하게 된다.
"(이)현진씨와는 동갑내기인데다가 붙는 신이 많다보니 정말 허물없이 지내게 됐어요. 너무 재밌고 장난기도 많은데다가 진짜 남자다운 성격이라, 제 캐릭터를 나타내기 위한 가장 큰 관찰 대상이 됐죠. 짝사랑이요? 실제로는 짝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웃음) 감정 표현이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솔지의 짝사랑이 무색하게 민국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이었던 이강희(김미숙)와 20세 차이의 나이를 초월하는 사랑을 나눈다. 현실 상황에서라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
"스무 살 차이의 사랑이라…그동안 생각을 안 해봐서인지, 민국과 강희의 사랑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해요. 그래도 솔지는 민국이 자체를 사랑하니까. 나중에는 마음 넓게 이해할 것 같기도 해요."
드라마 속에서 언제나 보이시한 패션만 선보이는 그지만, 환골탈태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민국이에게 '나를 좀 봐달라'는 의미로 완벽히 꾸미게 될 거에요. 솔지의 트레이드 마크인 안경도 벗고,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되거든요. '그 날'을 위해 여성성을 최대한 감추고 촬영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웃찾사'에서 웃는 방청객 찾던 CF, 주인공이 바로 나
정다영의 데뷔작은 2006년 방송된 '다음 UCC-그녀를 찾습니다' CF였다. SBS '웃찾사' 방송에서 웃고 있는 관객의 모습을 비추며 "그녀를 찾습니다. 보신 분은 메일을 보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광고였는데, 화제를 몰고온 주인공이 정다영이었던 것.
"사실 저는 '웃찾사' 공연이 끝나고 촬영을 시작했어요. 같은 장소에서 찍기는 했지만 무대에는 아무도 없었고, 공연 장면은 따로 찍은거에요. 오디션을 같이 본 다른 분과 동시에 촬영을 했던 터라, 저도 방송이 나간 후에야 (방영 사실을) 알게 됐어요. 행운이었죠.(웃음)"
당시 공개된 메일 주소로 학생과 남성들의 제보가 이어졌단다. "지하철 타는 데 봤다" "밥 먹고 있는 것을 봤다" 등. 정다영은 그렇게 연예계에 데뷔해 진정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 한 걸음씩 밟아가고 있다.
"저를 비롯해서 영화 '국가대표'의 김동욱, MBC '파스타'에 출연 중인 최재환, 전세홍이 '절친 모임' 멤버거든요. 가끔 맥주 한 잔씩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는 하는데, 다들 잘 돼 기분이 좋아요. 저도 올해는 드라마를 1월에 시작하면서 스타트를 잘 끊었으니까 열심히 해서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싶어요."
'바람불어 좋은 날'이 끝난 후에도 크든, 작든 역할이 꾸준히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꾸준함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는 물론 첼로, 드럼, 미술 등도 틈틈이 배우고 있다고.
"역할을 부여받으면 그 역을 연구하고 찾아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잖아요. 다른 사람의 특징을 몸에 익히고자 하는 호기심이 강한 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특히 영화 '타짜'의 김혜수씨 같은 팜므파탈 역할은 더욱 탐나네요.(웃음)"
<anbie@sportschosun.com, 사진=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