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기념행사는 종합 미디어그룹으로 비상하려는 조선일보의 의지를 각계 내빈 1500여명 앞에서 선포하는 자리였다.
조선일보는 일반적인 기념 행사들과는 달리 조선미디어의 비전과 메시지를 화려한 영상에 담아 전달하는 색다른 방식의 이벤트를 선보였다.
오후 6시 20분 행사장의 조명이 모두 꺼지면서 무대 전면에 펼쳐진 가로 47m, 높이 4.5m의 대형 LED 스크린의 한가운데 붉은색 'C'자 모양의 CI(기업이미지)와 '크로싱(Crossing)'이란 글자가 선명히 떠올랐다. '통합을 위한 크로싱' '세계화를 위한 크로싱' '미디어를 관통하는 크로싱'이란 설명이 이어진 뒤 '조선미디어(ChosunMedia)'라는 조선일보의 새 그룹명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이렇게 기적이 되었다'는 제목의 영상물은 일제 치하였던 창간 당시부터 최근 밴쿠버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현대사 90년의 고비마다 조선일보가 늘 함께했음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었다. 민주화와 경제 발전 시기, 88서울올림픽, IMF 외환위기 등 영욕(榮辱)의 순간을 담은 영상물은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에 언제나 함께한 조선일보'라는 글귀로 마무리됐다.
이어 경쾌한 음악과 함께 지난 90년을 발판으로 창간 100주년을 지향하는 조선일보의 비전을 담은 영상물이 이어졌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조선일보는 종이 신문을 넘어서 차별화된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종합 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 사장은 "10년 뒤 창간 100주년 행사는 통일된 한국에서 열리기를 소망한다"면서 "조선일보는 앞으로도 1000만 오디언스와 함께 언론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회를 본 김동건 아나운서는 "조선일보는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해 품격 높은 고급 방송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조선일보가 하니 역시 다르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 신문과 방송, 인터넷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조선미디어'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창간 90주년을 기념하는 '미디어 케이크' 절단식이었다. 90말의 쌀로 만든 초대형 떡 케이크가 조선미디어의 'C'자를 상징하는 둥근 모양으로 배열됐다.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정운찬 국무총리 등 3부 요인과 각계 인사 등 100여명이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을 비롯한 조선일보 전·현직 임원들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며 창간 90주년을 축하했다.
건배사를 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신문 조선일보가 90주년을 맞았다"면서 "더욱 번성하고 국민의 희망이 되는 신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전자 방명록 '디지털 보드(digital board)'를 설치해 참석자들의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민족의 얼을 키워온 조선일보의 90주년을 축하한다"(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조선일보가 천만년을 두고 발전을 거듭할 것을 축원한다"(박노경 녹색환경포럼 명예회장), "앞으로 100년, 200년 발전하길 바란다"(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메시지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