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탁 트인 벌판에 들어서… 전문가 “암살·폭격에 취약”
50대 시민 “사령부 훤히 보여… 경치 좋아 자주 산책”

부산 기지로 입항하고 있는 문무대왕함. 소말리아에서 해적 퇴치 임무를 마치고 지난해 9월 13일 귀환했다.

해군 작전사령부가 위치한 부산 용호동 일대는 시야가 탁 트인 곳이다. 기지 뒤편의 야트막한 언덕에서 바라보면 건물 외형은 물론, 정박해 있는 군함과 오가는 차량이 한눈에 들어온다. 50대 중반의 한 부산 시민은 “신선대에서 보면 사령부가 훤히 다 보인다”며 “경치가 좋아 산책을 자주 나온다”고 했다.

사령부 바로 옆의 방파제엔 평일인데도 20여명의 시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기지와 붙어있는 공설운동장과 체육센터에선 공놀이를 하기도 했다. 더욱이 사령부 바로 왼편엔 초고층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일부 예비역 해군 장성들은 “이 아파트에 스파이가 망원렌즈를 설치할 경우, 24시간 사령부 내부 녹화가 가능하다”며 “작전사령부 내부 구조는 물론, 주요 인사의 얼굴과 동향, 방문자 및 차량번호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군전문가는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할 때도, 미 해군기지 주변에 스파이를 깔아 내부 시설과 수뇌부 정보를 수집했다”며 “부산 기지는 너무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적이 저격수를 동원한다면 해군 지휘관에 대한 암살도 어렵지 않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군전문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지휘부를 폭격하고 지휘관을 사살하는 것”이라며 “부산 사령부는 폭격·저격에 너무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휘부가 붕괴되고 저격 등으로 인해 지휘관이 제거되면, 제 아무리 강한 군대라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KNTDS(해군전술자료처리체계)를 가동하려면 필수적으로 안테나를 설치해야 하는데, 안테나는 어떤 형태로든 지상으로 올라와야 한다”며 “가상의 적이 폭격을 감행해 안테나를 제거하고 지휘관을 사살하면 첨단장비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작전사령부는 함대사령부와 달라… 노출돼선 안돼"
이은수 전 해군참모총장은 "작전사령부는 마지막까지 남아 작전을 지휘해야 하는 곳"이라며 "그런데 부산은 그렇게 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진해는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천혜의 환경을 갖고 있다"며 "반면 부산은 코앞에 있는 오륙도에서 기지가 빤히 보이고, 바로 옆의 아파트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이며, 뒷산에서 오줌을 졸졸졸 누면 소변 줄기가 도달할 만한 거리에 작전사령부가 위치해 있다"고 꼬집었다.

강영오 전 해군교육사령관은 “부산은 작전기지다. 작전기지란 각 함대 사령관이 나와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라며 “반면 작전사령부는 함정·잠수함·항공기 등을 각 함대에 제공해 전투를 치를 수 있게 하는 전략기지로, 은폐·엄폐된 곳에서 최후까지 전체 상황을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작전기지로 나와선 안된다”고 했다. 강 전 사령관은 “역대 해군참모총장들뿐 아니라 주한 미해군과도 협의하지 않고 쿠데타 하듯 기지 이전을 처리했다면, 어떤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은 “작전사령부를 지원하는 각종 예하부대는 진해에 그대로 남겨둔 채 작전사령부만 달랑 부산으로 옮겼기 때문에, 진해~부산을 왔다갔다해야 하는 비효율적 상황이 불가피하게 벌어지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해군 관계자는 “일부 젊은 군인들 사이에 부산으로 작전사를 옮긴 것을 찬성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데 따르는 편의성, 즉 교육이나 문화적 이점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전략적 개념으로 따지면 부산으로 작전사령부를 옮긴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폭격으로 안테나 부수면 첨단장비도 무용지물"
이에 대해 송영무 전 총장은 "외국에선 군함과 상선이 나란히 정박하기도 한다"며 "진해 기지도, 인천(평택) 기지도 내부가 보이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 지휘소는 (가상의 적이) 사진을 찍어도 상관 없게 설계돼 있다"며 "평시에 간첩이 사진 찍어가는 것은 문제될 것 없다. 기자들도 군함에 타서 다 사진 찍고 보도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부산 기지는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가 돼 있기 때문에, 포탄이 떨어지거나 화생방 공격을 가해도 작전 수행에 차질이 없다”며, 인근 고층 아파트 문제에 대해 “전쟁이 발발하면 등화관제를 하지 않느냐, (아파트) 불을 끄게 하고 보안 교육을 시키면 요즘 시민들은 잘 협조한다.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송 전 총장은 “보안·경계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연평해전 교전 장면이 담긴 사진이 구글에 다 올라가 있었다”며 “위성이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요즘 세상에, 외부 노출을 우려하는 것은 과거지향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임진왜란과 6·25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부산은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국방개혁2020에 따라 부산의 육군사단이 해체되면 경비단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비단이 부산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부산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인 만큼 작전사령부 정도는 가야 한다”고 했다. 송 전 총장은 “우리 해군은 KNTDS를 구축, 지하에서 화면을 보며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부산 기지가 격파돼도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지상에 마련된 건물은 행정업무를 다루는 곳으로, 작전은 지하 벙커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지상 시설이 파괴돼도 차질이 없다”는 것이다.

진해

시설보안 완벽¨ 밖에서 내부 전혀 보여
사령부 옮긴 해참총장 “진해는 일제가 만든 군항”

작전사령부가 있던 진해 기지. 사령부로 들어가는 입구 외엔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해군작전사령부가 있던 경남 진해시 현동 기지는 안이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정문에 위병소만 보일 뿐 그 뒤로 길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그 길이 어디를 향하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기지로 들어가는 입구도 작고 좁을 뿐더러 주변이 온통 나무로 가려져 있어 내부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조차 들여다볼 수 없었다.

게다가 주변엔 해군과 헌병이 수시로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혹시나 안이 들여다보이는 곳이 있나 해서 주변 건물을 찾았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이대기에 적절한 고층 건물은 한 채도 없었다. 여기저기 헤매다가 어렵사리 한 건물을 찾아 옥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카메라 앵글이 맞지 않아 입구를 촬영하지 못했다. 부산으로 옮겨간 작전사령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진해 기지는 일제가 만든 해군기지다. ‘바다를 제압한다’는 의미의 진해(鎭海)란 지명에서부터 군대 문화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일제는 이곳의 자연 환경을 ‘천혜의 요새’로 평가, 진해를 모항으로 활용해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해군전문가는 “진해는 지형조건상 항공기·미사일·함정에 의한 공격이 모두 어렵기 때문에 모항이 된 것”이라며 “게다가 진해 기지 주변엔 해병대 병력이 깔려 있어, 육로를 통한 내부 침입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비역 해군 사령관은 “진해 기지는 진해만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바다를 통해 적이 공격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50대 후반의 한 시민은 "작전사령부가 부산으로 갈 때 주민 반대가 엄청 심했다"며 "해군이 눈치를 보느라 밤중에 기지를 이전했다"고 말했다. 현역 해군장교는 "당초엔 진해의 무슨 부대가 부산으로 갈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작전사가 아니라 교육사가 부산으로 간다는 말도 있었다"고 했다.
 
"교육사가 부산으로 간다는 말도 있었다"

진해 작전사를 부산으로 옮긴 송영무 전 해군총장도 진해가 요지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하지만 모항에 집착하는 것은 과거의 개념으로, 현대전에선 모든 작전을 통신기기로 하기 때문에 작전사가 어디에 있든 그 위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시에 군함은 동서남해상에 모두 다 나가있기 때문에, 고장난 함선을 긴급수리하는 등의 기능을 진해가 충족시켜 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유사시엔 울산의 현대조선과 옥포의 대우조선을 정비창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현대전에선 굳이 모항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송 전 총장은 “게다가 진해 기지사령부를 비워놓는 것이 아니다”라며 “KNTDS에 의해 부산과 진해가 하나로 통하게 돼 있기 때문에, 진해 기지는 부산 기지가 취약해질 경우 자리를 옮겨 작전을 계속하는 예비기지로 기능하게 된다”고 했다.

“진해가 마산·창원과 함께 발전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도 송 전 총장이 꼽은 또 한 가지 이유다. 그는 “마산·창원·진해가 발전함에 따라 지금은 수많은 상선이 왔다갔다 하는 데다, 인천(평택)이나 목포보다 (진해의) 수로가 험해 더이상 작전사로서의 입지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송 전 총장은 "진해 수심이 충분치 않은 데다 수로가 좁기 때문에 항공모함 같은 대형 군함이 정박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 현직 해군 장교는 "과거엔 배가 작아서 문제가 없었지만, 군함이 대형화되면서 전쟁이 날 경우 대형 군함이 한꺼번에 진해만을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반면 부산은 바다가 틔어 있기 때문에 협수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해는 수심 낮아 안되고, 목포는 수심 낮아도 된다니…"
진해 작전사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성은 "진해 수심이 충분치 않은 데다 수로가 좁아 대형 군함이 정박하기 부적절하다"는 송 전 총장의 지적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보안상 문제 때문에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대형 군함이 들어갈 수 있는 항로가 진해에 있으며, 이는 해군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안병태 전 총장은 "굳이 수심 문제를 따진다면 바다를 준설하면 끝날 일"이라며 "그것 때문에 기지를 옮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국토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유사시엔 군함이 일초라도 빨리 나가 대응해야 한다”며 “병력을 전진배치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각 함대는 앞으로 나가 싸워야 하지만, 작전사령부는 꼭꼭 숨어 최후까지 전쟁을 지휘하다가, 한 함대가 깨지면 그 함대를 대신 맡아 싸워야 한다”며 “따라서 전투를 치르는 대형 군함은 굳이 작전사령부에 정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군함은 작전사령부가 아닌 함대사령부에 정박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는 "작전사령부가 있던 진해는 수심이 얕고 수로가 좁아 부적절하다고 하고, 함대 사령부가 있는 목포는 수심이 얕고 수로가 좁아도 괜찮다고 하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 진해 = 이범진 기자 bom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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