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출연 분량 많지도 않은데 |
이렇게 많은 사랑 받을 줄이야… 연기와 술, 내 인생 가장 큰 즐거움 |
-언니를 좋아한 팬들의 상심이 크다.
▶난 출연 회차가 많지 않았다. 방화백(안석환)의 절반 정도다. 한 회 평균 한 두 신(scene), 많아야 세 신 정도 나왔다. 11~12회에선 아예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나도 몰랐다.
-죽을 때 보니 저승 갈 노잣돈을 자진납세하더라.
▶추노꾼에게 동정이나 위로 따위 맞지 않다. 천지호가 대길이(장혁)를 구하고 죽는다 해서 갑자기 성인군자가 되는 게 아니다. 언제 등에 칼 날아올지 모르고 사람 못 믿는 게 추노꾼 천지호 아닌가. 이 놈 노잣돈 누가 챙겨주겠나. 대본에 없었지만 소품 팀에 엽전 두 개를 부탁했다. 천지호는 자기 노잣돈을 팔찌처럼 차고 다닐 인간이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여기서 죽을 예정이었나.
▶원래가 18회까지였다. 그동안 늘 천지호의 죽음을 이미지 트레이닝했다. 내가 천지호라면 꼭 대길이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감독님께 허락을 받고 대사도 좀 추가했다. '대길아 그래도 니 놈이 이 언니 마지막 가는 길에 옷 한 벌은 해주는구나. 이히히히'라고.
-천지호의 웃음 소리나 목소리가 독특했다.
▶20년 연기 경력에서 사극도 처음이고 가성 연기도 처음이다.
-이를 검게 보이기 위해 매니큐어 칠을 했다던데.
▶매니큐어 비슷한 분장 도구로 칠한다. 칫솔질을 오래 하거나 밥을 한참 씹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떨어져서 삼키게 된다.
-먹어도 되는 건가.
▶식용으로 문제 없냐고 물었더니 분장팀에선 잘 모르겠다더라. 먹어보라 하니 자기는 연기자가 아니니 안 먹는다고. 어차피 나도 이제 죽었으니....(이히히)
-많은 이들이 연기력을 극찬한다. 연기는 타고난 것인가.
▶연기는 후천적인 거라 생각한다. 생활습관이다. 내 주변에 다 있다.
-천지호도 당신 주변에서 찾았나.
▶10년 넘게 알고 지내온 형님 한 분을 모델로 했다. 덩치도 크고 남자다운 분인데 목소리가 가늘다. 얼마전에 전화가 왔다. '너 지금 내 흉내내는 거지? 나한테 술사야 돼' 이러더라.
-'국가대표'의 방코치도 모델이 있었나.
▶방코치는 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1년 쯤 유도부 코치로 일했는데 월급을 못 받았다. 영화에서 선수들에게 "니들 등쳐먹고 나도 좀 먹고 살려 했다"고 하는 말은 그때 경험에서 나온 거다.
-감독이 장혁이나 오지호에겐 영화 '300'의 몸을 만들어오라 했는데 천지호에겐 그런 주문이 없었나.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할 수 없지 않았을까. 그들이 해야 할 연기와 내 연기는 다르니까. 후배들 몸이 부럽긴 하지만 내 나이 되면 그들도 (배가) 나올 거다.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게 뭔가.
▶연기와 술이다. 술은 술 자체보다 사람과 어울리는 게 좋다. 술은 거의 매일 마음 놓고 먹는다. 20년째 소폭(소주+맥주 폭탄주)이다.
-술 좀 줄이고 몸 생각하라는 팬들이 많다. 건강검진 받으면 정상으로 나오나.
▶건강검진은 정면으로 피하고 있다. 4년 전에 받은 게 마지막인데. 물론 나이가 있으니 앞으로는 조금씩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피부관리도 필요하지 않겠나.
▶서너달 전부터 나도 스킨 로션이라는 걸 바르고 있다.
-그전엔 안 바르고 다녔다는 말인가.
▶얼굴 끈적이는 게 싫어 안 발랐다. 지금도 비누 하나로 세수 하고 머리 감고 샤워 한다. 스케줄이 있어서 외출할 때 20분이면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앞으로 계획은.
▶4월말이나 5월초 영화 '마음이2'가 개봉할 예정이다. 심혜진 류승범 신하균 엄지원과 함께 출연하는 영화 '페스티벌'도 곧 촬영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