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DB

"사령관님, 삼성이 유공(油公·대한석유공사)을 가져가면 안되지 싶습니다."

1980년 8월 초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군보안사령부 회의실. 안병호 정보참모가 전두환 국가보위입법회의 상임위원장에게 건의했다. 전두환 상임위원장은 "삼성이 가져가기로 얘기 끝난 것 아니냐"며 눈을 치켜떴다. 하지만 "선경(鮮京·현 SK)이 가져가는 게 맞다"는 안 정보참모의 설명을 듣고 난 그는 "장관 불러서 선경에 주라고 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유공은 재벌기업들이 자산규모, 현금 동원력, 대(對) 정부 로비력 등을 내세워가며 탐내던 회사였다. 재계 순위 10위권 밖의 선경이 유공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재계는 경악했다. 월간조선 3월호가 당시 정보참모를 지낸 안병호 전(前) 수방사령관을 만나 삼성과 SK 사이에 벌어졌던 ‘유공 쟁탈전’에 대해 들어봤다.

"1980년 중순이었습니다. 최규하 전 대통령 때 미국 회사가 유공에서 손을 뗀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유공 민영화 얘기가 나왔는데, 삼성이 매우 적극적이었죠. 다들 '그럼 삼성이 가져가면 되겠네' 했습니다. 삼성은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이었습니다. 발표만 남기고 있었는데, 최종현씨(현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친) 얘기를 들어 보니 거기가 낫겠더라고. 그래서 전두환 사령관한테 얘기해서 틀었지."

안 전 수방사령관은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을 딱 두 번 만났다고 했다. 간곡하게 할 말이 있다기에 만났더니 "사우디에서 안정적으로 기름을 공급받을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삼성이 접촉했던 멕시코에는 좌파정권이 수립돼 있었다. 그는 "최종현씨 말이 '멕시코의 좌파정권이 석유회사를 국유화해서 우리한테 기름을 안정적으로 안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며 "맞는 말이다 싶었다"고 했다.

그는 삼성은 다른 라인을 통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최종현 회장이 미국 유학시절 사우디 왕족과 함께 공부한 경험이 있어 삼성이 사우디에서 원유를 공급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삼성은 ‘안병호 정도’는 무시했을 것이며, 유공 인수를 수포로 돌아가게 한 장본인이 누구인지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치열했던 ‘유공 쟁탈전’ 막후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자세한 내용은 3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