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을 자고, 방학에는 컴퓨터 게임과 TV에 빠져 지내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자녀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은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 시간 관리를 잘하면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며 청소년기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시간을 지배해야 성적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박주현(17·청심국제고2)양은 항상 얇은 다이어리를 갖고 다닌다. 한 학기, 한 달, 일주일 단위로 중요한 행사를 적어두고, 그것을 중심으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계획한 대로 실천하지 못했을 때는 일기를 쓴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스스로 반성한다. 꼭 필요한 수업이 아니라면 학원도 다니지 않았다. 학원에 오가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주현양은 "시간 관리를 하기 전과 비교했을 때 체력이 좋아졌고 공부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자칫 그냥 흘려버리기 쉬운 아침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려고 노력해요. 오전 6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기 전까지 책이나 신문을 읽죠. 졸음이 몰려오는 오후 9시 30분부터 30분 동안 운동장을 뛰거나 줄넘기를 해요. 시간 관리를 하지 않았을 때는 시험이 눈앞에 닥쳐서야 공부를 시작해 밤을 새우곤 하니 늘 피곤했죠. 하지만 지금은 시험기간에도 저녁 12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요. 시간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잘 관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박수진(14·대원국제중2)양은 새 학기 목표를 '영어 실력 높이기'로 잡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어 단어 외우기, 영어 듣기 시간 늘리기 등 영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다.

"시간 계획표를 짤 때는 일정 기간의 목표를 미리 설정해둬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죠. 자투리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날 때마다 스케줄러에 적어 놓고 시간이 나면 하나씩 해나갔죠."

수진양은 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간 계획표를 짜기 시작했다. 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미리 깨닫고 공부 계획에서 로스쿨 진학 계획까지 스케줄러에 적었다. 판사가 되려면 사회 과목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시간을 쪼개 사회 관련 책을 읽었다. 그 덕분에 사회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할 수 있었다. 수진양은 "시간을 관리하면서 내 삶을 스스로 주도해나간다는 생각에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송윤혜 기자 ssong@chosun.com

"시간 관리의 핵심은 목표와 비전을 찾는 것"

시간 관리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관리 전문가 유성은('성공하는 10대의 시간관리와 공부방법' 저자)씨는 "청소년기의 시간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학습 효과를 높이고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습관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라이트 하버드대 교수는 15년간 하버드 대학생 1600명을 인터뷰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을 조사했습니다. 시간관리를 잘하는 학생이 예외 없이 공부도 잘한다는 결과를 얻었죠. 목표를 정해 놓고 일의 중요도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었던 겁니다."

효과적인 시간 관리는 목표 설정과 나쁜 습관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한다. 유씨는 "산만한 행동, 수업시간에 조는 것, 인터넷을 오래 사용하는 것, 오늘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 등 시간을 낭비하는 나쁜 습관을 과감히 버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형훈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 팀장은 "시간 관리를 잘하려면, 학생 스스로 시간 관리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시간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꿈과 목표를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자신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정리해 보세요. 가령 외교관이 되고 싶다면, 외교관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을 체크하고 그 덕목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를 공부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지, 어떤 학교와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거죠."

머릿속에 큰 그림을 그린 다음에는 스마트(SMART) 법칙에 따라 시간 계획표를 짜야 한다. 스마트 법칙은 '나는 외교관의 꿈을 이루기 위해 3개월 후까지 토플 50점을 올릴 것이다'처럼 자신이 가진 비전, 목표와 연관된 현실적이고 측정 가능한 계획을 언제까지 지킬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정미경 빨간펜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단순히 '영어 듣기' '4시부터 5시까지 수학 문제 풀기'라고 계획을 세워서는 안 된다. 하루에 해야 할 정확한 분량을 '몇 문제' '소단원 몇 개' 등으로 적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공부 계획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왜 지키지 못했는지를 기록해 자신의 공부량, 공부를 방해하는 요인을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이의 시간을 부모가 관리하는 것은 단기적 성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조형훈 팀장은 "아이와 함께 '승승 합의서'를 작성해 보라"고 권했다.

"승승 합의서란 아이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부모가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를 쓰고, 달성했을 경우 어떤 당근을 제공할지 등을 약속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시간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부모는 가이드 역할만 하면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 신뢰감을 갖게 되고 아이는 시간 계획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