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저녁 밴쿠버의 퍼시픽콜로시움에서 열린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박승희가 동메달을 차지했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다.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은 한국의 효자종목이었다. 쇼트트랙은 1992년 알베르빌 올림칙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된 이후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5차례 대회에서 금메달 17개,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를 따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도 한국 쇼트트랙은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쇼트트랙 강국의 자존심을 어느 정도는 이어나갔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남자팀이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로 선전한 반면 여자팀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는데 그쳤다. 여자 쇼트트랙이 금메달 없이 올림픽을 마친 것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여자 노메달) 이후 18년 만이다.

여자 쇼트트랙이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은 집안 싸움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09년 4월 열린 대표선발전부터 잡음이 났다. 예전에는 대표 선발전이 4월과 10월 두 차례 있었지만 이번 올림픽 선발전은 이례적으로 2009년 4월 단 한차례만 열렸다. 이를 두고 빙상계에서는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안현수진선유를 제외시키려는 의도라는 얘기가 돌았다. 당시 부상 중이었던 안현수와 진선유는 실업팀 진출을 놓고 잡음이 있는 상태였다. 결국 둘은 대표팀 복귀에 실패했다.

남자팀은 이호석 곽윤기 성시백 등이 좋은 기량을 보여주며 안현수의 공백을 잘 메웠다. 그러나 여자팀은 나머지 선수들의 경험과 기량이 부족해 에이스 진선유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중국에 전종목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여자팀은 올림픽 기간 내내 내부 문제도 겹쳤다. 여자 3000m 계주 문제를 놓고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갈등을 빚은 선수가 출전하지 못했다. 선발전에서 4위를 했던 이 선수의 부모는 빙상연맹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남자팀이 1500m 결승에서 이호석과 성시백이 넘어지며 은,동메달을 놓친 뒤 서로 위로하며 분위기를 수습한 것과는 크게 비교된다. 또 남자팀은 선발전 5위인 김성일을 예선에 뛰게 해 함께 은메달을 목에 걸며 좋은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여자 쇼트트랙이 집안싸움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노골드라는 충격적 성적표는 2014년 소치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