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1200년 된 범어사란 절이 있대요. 한번 가보고 싶어요."〈아마노 기요마사(天野淸將)군〉
"가야금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실제 연주해보면 멋질 것 같아요."〈고쇼지 이오리(古小路伊織)양)〉
일본 후쿠오카 시립 후쿠하마소학교 6학년 2반. 사회과 부교재로 쓰이고 있는 '더 알고 싶은 후쿠오카·부산'에 대해 묻자 20여명 남짓한 아이들이 앞다투어 손을 들고 얘기를 쏟아냈다. 이 부교재는 부산과 후쿠오카 교육청이 공동제작한 것으로 양 도시 간 교류 역사를 비롯, 후쿠오카 현황·음식·시설·축제·전통공예, 부산 현황·음식·시설·축제·문화재 등에 대한 소개를 담고 있다.
이 소학교 마쓰나가 모토요시(松永元佳) 교장은 "매주 1차례씩 사회시간에 이 부교재 수업을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이번 새 학기부터 일부 학교의 초등학생들이 한글로 된 같은 부교재로 공부할 계획이다. 어린이들이 상대 도시를 서로 더욱 가깝고 친숙한 곳으로 느끼게 하자는 취지로 시도하고 있는 '공동 교육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부산과 일본의 후쿠오카가 '하나의 도시'를 꿈꾸고 있다.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 프로젝트'. 바다 건너, 국경 너머 해외의 도시와 손을 잡고 어깨를 겯어 하나의 경제권을 이루어 서로 발전하자는 전략이다. 부산과 후쿠오카는 거리로 약 200㎞. 고속선으로 3시간, 비행기로 30분 정도 걸린다. 이런 후쿠오카·부산의 국경을 초월한 '특별한 밀월관계'는 넓고도 깊게 진행되고 있다.
"4번 캐널시티 하카타입니다" 후쿠오카 도심을 순환하는 100엔 버스가 대형 쇼핑몰인 '캐널시티 하카타'에 다가가자 버스 안에선 이런 한국어 안내 방송이 나왔다. 공항과 여객선터미널 등 도심 내 주요 지역 안내판엔 한글이 병기돼 있다. 일본어를 몰라도 후쿠오카 시내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후쿠오카 관광을 온 김미경(여·48·부산 남천동)씨는 "주요 관광지에 한국어나 한글 안내문이 잘 돼 있어 그다지 힘들지 않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을 향한 발걸음은 2008년 3월 시작됐다. 허남식(許南植) 부산시장이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 형성'을 제안했고 후쿠오카의 요시다 히로시(吉田 宏) 시장이 이를 수용했다. 이들 두 시장은 "국경을 초월하는 글로벌 시대의 흐름에 맞춰 부산권과 후쿠오카권이 윈윈하는 초국경 광역경제권을 형성, 동북아 경제벨트의 새로운 축이 되자"고 말했다.
이후 양 도시 시청, 상공회의소, 무역협회, 교육청, 대학, 투자지원회 등이 따로 혹은 함께 만나 수많은 회의와 논의를 했다. 그 결과, 2009년 8월 28일 ▲미래지향적 비즈니스 협력촉진 ▲인재육성 및 활용 ▲일상교류권 형성 ▲정부에 공동건의 등 4개 기본 방향 아래 64개 공동협력사업이 확정됐다. 이들 사업은 현재 진행형으로 추진 중이다.
일본의 대표적 명란젓 생산업체 중 하나인 '야마야커뮤니케이션즈'의 한국인 직원 김지혜(金智惠·여·27)씨. 작년 4월 입사한 김씨는 '초광역경제권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된 부산과 후쿠오카 간 인턴 파견 네트워크에 따라 이 회사에 취업했다. 김씨는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기대를 많이 한다"며 "이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주말에도 출근하는 등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후쿠오카 파견 대학생 인턴을 작년 18명에서 올해 3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시아 시장을 통한 시장 활성화를 새로운 전략으로 내세운 후쿠오카증권거래소는 요즘 부산 기업들의 상장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4~5일 시청 금융중심지기획단 소속 직원을 현지에 보내 조사를 하는 등 지역 기업의 '후쿠오카 상장'을 추진 중이다.
또 후쿠오카권 13개 대학과 부산권 13개 대학이 '대학 간 컨소시엄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해 교류 중이고, 후쿠오카 소프트뱅크호크스와 부산 롯데자이언츠 프로야구단의 친선경기가 지난해부터 연간 1차례 양 지역을 번갈아 가며 열리고 있다. 양 도시 교통카드 공동 사용, 공동 포털사이트 개설 등도 추진 중이다.
김현명(金賢明) 주 후쿠오카 총영사는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 프로젝트는 양 권역의 일체적인 연계 강화에 의한 국제경쟁력의 향상, 쌍방의 지역 활성화, 한일 신시대에 있어서 국경을 초월한 새로운 지역연계모델 제시 등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