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촬영거부도… 100% 리얼 맛집 습격 |
정준하: 정말 대박이네요~.
현영: 와~정말 말이 안 나와요~말이 (할 말 다하면서).
김신영: 녹아요. 녹아~끝내줘요~너무 맛있어서 진행이 안 되네.
PD: 저기~그런 말 말고 좀~더 매력적인 맛 표현 좀 해주세요!
사람이 뭔가를 맛있게 먹었을 때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얼마나 될까? 그 맛을 전달해야만 하는 의무를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방송을 통해 맛을 직접 전달할 수도 없고 냄새를 전달할 수도 없고.
실제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 맛을 전달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과도한 표정은 오히려 맛의 전달을 떨어뜨리고 연신 "아~", "오~", "죽인다"는 감탄사만 연발하면 무슨 에로영화 오디오 모음집도 아니고…. 가장 담기 싫은 오디오다.
인간의 오감(미각, 시각, 청각, 촉각, 후각)에 직감을 더한 육감에만 의존한 채 전국의 진정한 맛의 의미를 찾아 시청자의 입을 자극하는 MBC드라마넷의 예능프로그램 '식신원정대'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직감에 의한 맛 표현이다. 어디선가 음식 냄새만 풍기면 달려가는 식신대장 정준하, 음식은 많이 먹는 것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식신S라인 현영, 몸이 너무 허약하다고 몸보신차원에서 원정대를 지원한 식신여동생 김신영, 이들이 바로 '식신원정대' 육감을 책임져 주는 사람들이다.
'식신원정대'는 출처도 없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만드는 요리 발굴, 아무도 모르게 맛집을 기습 습격하는 모험, 촬영 중 기분이 '업'되면 모든 밥값을 지불하는 대담함이 살아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현영의 단골집을 습격하는 구성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그날따라 평소와 다르게 긴장하는 현영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첫 번째 맛집은 성공적이었다. 맛도 좋고 음식도 깔끔하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첫 음식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호평이 잇따르자 자신감이 생긴 현영. 하지만 돌발 상황은 두 번째 집에서 발생했다. 사장님의 촬영거부가 있었던 것. 현영은 자신의 얼굴을 봐서라도 허락해달라며 유난히 더 심한 콧소리 나는 애교로 사장님을 꼬드겼지만 사장님은 끝까지 거부했다.
무안해진 현영은 출연진의 야유를 뒤로 하고 용기를 내 다른 곳으로 가자며 자신있게 제안했지만 세 번째 맛집은 아예 문을 닫은 상태였다. 다시 부랴부랴 네 번째 맛집으로 갔지만 이곳도 '오늘은 휴무'. 당황한 현영은 결국 카메라가 열심히 돌아가는 상황인데도 자리에서 도망쳐 우리를 긴장시켰다. 그렇게 도망쳤던 현영은 몇 분 뒤 어디선가 아이스크림을 사와 용서를 빌었다.
결국 첫 번째 맛집이 방송의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분량은 현영의 굴욕적 모습이 방송분량을 채웠다. 그래도 시청률이 잘 나온 건 아마 현영의 순수하고 긴장된 모습들이 리얼하게 담겨 보는 이로 하여금 동정표를 얻은 게 아닐까 싶다.
지난 2008년 1월 4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25개월간 맛있는 음식점 200여 곳, 맛있는 음식 225개, MC 1인당 칼로리 섭취량 약 79200kcal, 서울에서 양평, 의정부, 부산, 청주, 전주, 인천, 마카오, 칭다오, 파주, 통영, 욕지도, 포천, 천안, 안동 등 쉴틈없이 뛰어왔다. '식신원정대'가 앞으로 케이블 TV에서 단일 타이틀로 최고 장수하는 프로그램으로 계속해서 원정을 떠나길 희망한다.
< 박영운ㆍMBC드라마넷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