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T―뉴스 이다정 기자] KBS 2TV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파라킹 홈쇼핑'이 새롭게 인기몰이 중이다. 홈쇼핑 방송을 모티프로 물건을 '말도 안 되게' 파는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으로 다가가는 것. 코너는 아직 '빵빵 터지는' 큰 웃음보다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태. 멤버들은 "현재는 적당히 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만들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T-뉴스가 케이블채널 tvN '막돼먹은 영애씨' 촬영으로 인터뷰에 참가하지 못한 '의뢰인' 유민상을 제외한 유쾌한 '홈쇼핑셀러' 김재욱 성현주 정태호 조윤호를 만나 봤다.
▶주인은 나가고, 객(客)들이 채우고…
'행복 전도사' 개그맨 최효종은 "코너가 탄생하려면 아이디어의 씨앗을 쥐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라퀸 홈쇼핑' 5인방 중 '씨앗을 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료 개그맨 김대성의 아이디어를 주워 먹은 셈이란다.
"김대성이 먼저 '홈쇼핑에 관련한 개그를 해보자'고 아이디어를 던졌고, '소품 담당'인 나와 정태호가 얘기를 듣고 이것저것 만들어봤다. 그런데 김대성은 '공부의 신' 코너의 유승호 역 제안이 들어오자 홀랑 나가버렸다. 숨은 공신 김대성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김재욱)
주인이 빠진 자리에 살을 붙이게 된 사람들은 유민상과 조윤호다. 유민상은 '초고속 카메라'가 막을 내린 후 김재욱이 그냥 '한 번 해본' 제안을 덥석 물었고, 조윤호는 아이디어 회의 때 얼쩡거리며 얼굴을 비추자 눈에 자꾸 아른거려 아이디어 검사 직전 합류했다. 이른바 '잔상 개그맨'.
"(김)재욱 오빠가 전화로 '텔레마케터를 해 볼래'라고 제안했는데, 실제로 텔레마케터를 직업으로 하라는 줄 알고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생업이 정말 급했었다(웃음). 다른 코너를 짜며 인정받았던 '우는 연기'로 코너에 합류했는데, 아무래도 술을 잘 먹어서 섭외된 것 같다."(성현주)
이렇게 완성된 코너는 사실 지금 관객들보다 동료 개그맨 및 제작진에게 인기가 더 높다.
"선후배 개그맨들과 PD, 작가님들이 너무 좋아하신다. 코너에서 빠진 김대성이 후회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웃음). 얼마 전 버스를 타고 가는데, 뒷좌석에 타고 있던 여자분들이 '홈쇼핑 코너에서 우는 여자가 너무 재밌더라'고 말하더라.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피부 상태가 별로라 못 했다."(조윤호)
▶개그의 포인트? '홈쇼핑스러운 말투'와 '여자 아이돌의 눈물'
쇼호스트인 '파라킹' 김재욱의 말투는 단연 화제가 됐다. 실제 홈쇼핑 쇼호스트를 연상시키는 리얼한 대사가 압권인데, 드라마보다 홈쇼핑을 더 많이 보는 정태호가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김재욱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홈쇼핑을 보면 독특한 말투들이 많이 나오지 않나. '놀랍지 않습니까?' '~한다는 겁니다' '~라고 생각해 보세요' 등, 이런 말들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특히 소비자들로 하여금 상상을 시키면서 한 템포 쉬고 '하~'라고 감탄사를 뿜어내는 것이 압권이다."(정태호)
그런가 하면 성현주가 상품에 대한 후기를 남기다 가족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을 글썽이며 '잠깐만요'를 외치는 것이 큰 웃음 포인트다. 노트북을 즐겁게 광고하다 "동생이 노트북을 산 후 문을 잠그고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동생을 남자로 만들어 준 '유민상 노트북' 감사하다"라고 울먹이는 식.
"토크 프로그램을 보면 여자 아이돌 멤버들이 즐겁게 얘기하다 연습생 시절을 회상하며 갑자기 눈물을 흘리지 않나. 이게 왠지 슬프면서 웃긴 거다. 또 '웃고 있는데 우는 것 같다'는 내 인상도 이번 코너에서 도움이 됐다. 첫 녹화를 떴는데 사람들이 박장대소한 것은 처음이었다. 정말 감격스러웠다."(성현주)
반면 정태호와 조윤호는 아직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두 사람은 "무조건 팀!"이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속은 쓰리지만 코너에 강한 역할만 있으면 안 되지 않나. 받쳐주는 역할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너가 진행되면서 점점 기발한 광고를 모티프로 한 개그와 마임 등 개인기로 보여줄 것이 많아서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나이가 있어서 나오는 '농익은 느낌'이 강점이다."(정태호, 조윤호)
(2편에서 이어짐)
<anbie@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