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일 폴리어드(Folliard).

26살의 금발, 이름은 게일 폴리어드(Folliard). 지난달 19일 두바이 공항에 입국할 당시 한 여성이 소지한 아일랜드 여권에 기록된 내용이다.

그는 사업차 방문했다고 말했고 9시간 동안 두바이에 머물렀다. 투숙한 호텔에서는 평범한 여행객처럼 수영장과 레스토랑을 드나들었다. 복도에서 호텔 직원과 마주치면 먼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러나 그의 '사업'은 하마스(팔레스타인 정치·군사 조직)의 간부 마무드 알 마부(Mabhouh)를 암살하는 것이었다. 이 사업을 무사히 마치고 그는 1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유유히 사라졌다. 여권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21일 "폴리어드는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 모사드에서도 암살과 납치 임무를 전담하는 최정예 조직 '키돈(Kidon)' 소속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키돈은 히브리어로 총검(銃劍·소총에 꽂아 사용하는 단검)을 뜻한다.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 본부를 둔 키돈은 48명의 소수 정예로 구성돼 있으며, 여성 요원은 단 6명뿐이다. 지난해 이스라엘 총선에서 총리 문턱까지 갔던 치피 리브니(Livni·52) 전 외무장관(현 이스라엘 카디마 당 대표)도 젊은 시절 키돈의 여성 요원으로 활동했다.

키돈의 여성 요원은 남성 요원과 마찬가지로 각종 무기와 폭발물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유격전 등 특수 군사훈련을 받는다. 또 들키지 않고 미행하기, 잠긴 문을 열쇠 없이 따기, 속옷 안에 총 감추기 등 모사드의 기본 스파이 교육도 받는다.

이런 교육을 받았다고 키돈 요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년 과정의 모사드 훈련 프로그램을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요원만 키돈에 지원할 수 있다. 지원자는 네게브 사막의 훈련 캠프에서 별도의 혹독한 훈련 과정을 통과해야 요원 자격이 주어진다. 합격률은 매우 낮다. 훈련 프로그램에는 ▲강물 속에 마이크로필름 등 정보물 은닉하기 ▲솜뭉치를 이용해 얼굴 골격을 바꾸고 변장하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요원에게는 ▲술에 취한 척하기 ▲나이트클럽에서 남자 유혹하기 등의 교육이 추가된다.

1960년대 작성된 모사드 비밀문건은 키돈 여성 요원의 역할과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여성은 남성이 가지지 못한 기술들을 가지고 있다. 여성은 남녀 사이의 '잠자리 대화(pillow talk)'를 통해 정보를 얻는 데 능하다. 현대 정보전의 역사는 여성이 조국을 위해 자신의 성(性)을 이용한 사례들로 채워져 있다."

키돈 여성 요원의 존재는 2004년 이스라엘 감옥에서 풀려난 이스라엘의 핵기술자 모르데차이 바누누(Vanunu)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을 폭로한 그는 1986년 런던 도피 중 '신디'라는 암호명의 키돈 여성 요원에게 유혹당해 로마로 밀월여행을 떠났다. 그가 신디와 탑승했던 항공기에는 모사드 요원 5명이 동승했고, 로마의 호텔 방에도 이미 모사드 요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 방에 들어가자마자 마취 주사를 맞은 그는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을 이스라엘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