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이후 인터넷에 한 중학교 졸업생 15명이 알몸으로 졸업 뒤풀이를 하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네티즌들에게 충격을 줬다.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의 한 중학교 졸업생들이 같은 학교를 졸업한 선배 20명에게 불려가 속옷까지 벗은 채 피라미드를 쌓고 일부 여학생들이 옷이 벗겨진 채 담 앞에 서 있는 장면이었다.

수사에 나선 경기도 일산경찰서는 15일 "피해학생들이 '휴대전화 문자로 졸업빵(뒤풀이)에 참석하라는 선배들 지시를 받았다'고 했고 '나가지 않으면 선배들에게 혼날 것이 두려웠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들은 "작년에는 선배들이 졸업빵을 하면 옷을 벗기고 금방 담요 덮어주고 목욕탕에 같이 갔다는데 올해는 좀 심했다"고 답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또 "학교에서 주먹을 쓰는 학생들이 모인 깡패도 아니고 그냥 어울려 다니는 선·후배 관계일 뿐"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가해학생들을 주중 조사한 뒤 폭행 혐의로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지난 5일에는 제주에서 중학교 졸업식 후 여중생 7명을 바다에 빠뜨린 사건도 있었다.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의 한 중학교 졸업식 뒤 남녀 학생들이 알몸으로 뒤풀이를 하는 사진 20여장과 동영상이 13일부터 인터넷에 퍼져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은 달라진 학교 폭력의 현장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선배들의 학교 폭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다시 후배들에게 대물림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는 군대보다 더한 위계질서 속에서 폭력에 무방비 상태가 돼 있다. 과거 문제 학생들이 중심이었던 학교 폭력이 학교 전체로 퍼져 일반화·구조화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지난 10일 경남 창원시의 한 중학교에선 이 학교 2~3학년과 이 학교를 졸업한 고등학교 1학년생 등 12명이 중학교 1학년생 10명을 지난 1년 동안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돈을 뜯은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학생들은 "선배들이 '언제까지 얼마를 갖고 오라'고 지시하면 금액을 채우기 위해 전단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행인에게 '버스비가 없는데 돈 좀 달라'며 앵벌이까지 했다"고 진술했다. 가해학생들 집에서 설거지나 빨래 같은 일까지 하기도 했다. 지난 7일에는 폭행 사실을 학원 교사에게 알려 꾸중을 들었다는 이유로 중학생 3명이 같은 학교 학생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일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엔 모르는 학생을 때리고 돈을 뺏었지만 요즘엔 학교에서 같이 어울리는 선배나 친구들 사이에서 그런 일이 더 많다"고 했다. 다른 청소년담당 경찰관은 "요즘에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1대1로 짝짓기해서 폭력을 막아준다며 일년 내내 돈을 뜯고 MP3 같은 전자제품을 빼앗는 일도 많다"면서 "이제는 선배들에게 받은 만큼 자기 후배들에게 그대로 해코지한다는 생각이 학생들 전체에 퍼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학교 폭력으로 검거된 학생은 1만4368명이었지만 2008년에는 1만6295명으로 2000명 가까이 늘었다. 초·중·고교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가 파악한 학교 폭력은 2005년 2518건에서 2008년 8813건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피해학생은 6604명에서 2만4018명으로 늘었고 가해학생도 4567명에서 1만6320명으로 크게 늘었다. 성폭력으로 붙잡힌 학생도 3년 사이 298명에서 419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요즘 학교 폭력은 더 많은 학생들에 의해 저질러지면서도 강도 행위도 심해졌고 더 지능적으로 변했다고 보고 있다. 옷을 벗기는 폭력행위도 요즘 나타난 신종 학교 폭력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아이들은 옷 벗기기 수단이 가장 수치심을 줄 수 있으면서도 피해학생의 몸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 방법이란 것을 깨닫고 이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알몸 뒤풀이'사건도 가해학생들이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경찰 수사로 밝혀졌다. 곽 교수는 "아이들은 동영상이나 사진 증거로 '내가 이 정도 된다. 선생님에게 말하려면 말해보라'며 자신이 힘이 있다는 걸 과시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인터넷 메신저 채팅을 통해서 선배 강압에 못 이겨 돈을 뜯기고 돈을 주지 않으면 학교나 동네에서 폭행당하는 사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중랑구의 한 중학교 1~2학년 학생들은 3학년 선배들과 채팅을 하다가 한 명당 1만원씩을 뺏겼다. 선배들이 후배들과 메신저를 하면서 "놀이터로 1만원씩 들고 나와라"고 말하면 안면이 있는 후배들은 어쩔 수 없이 돈을 들고 간다는 것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장맹배 SOS지원단장은 "인터넷이나 휴대폰의 보급으로 선배가 원할 때 후배들을 쉽게 만나서 폭력을 휘두르고 돈을 뺏는 환경이 되고 있다"며 "전학을 가도 하루 만에 메신저나 휴대전화로 소문이 나서 협박을 받기 때문에 후배들이 선배 지시를 외면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