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황금카드는 없다. 이창호와 쿵제(孔杰), 한·중 양국을 대표하는 두 스타가 새해 벽두 천하를 다툰다. 무대는 조선일보 주최 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22일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시작될 이번 결승 3번기 승자는 세계 최강 자리와 2억5000만원 전리품을 몽땅 챙기게 된다. 이번 결승의 관전 포인트를 5가지로 요약했다.

12년 연속 한·중 1위 대결

현재 이창호는 한국 1위, 쿵제는 중국 1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 양국 톱 랭커로 이 대회서 패권을 다퉜던 이세돌과 구리(古力)는 나란히 2위로 밀려난 상태. 양국 1인자가 2년 연속 결승을 펼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LG배는 한·중 통합 챔프 결정대회란 표현까지 나온다.

이창호는 현재 비록 세계 무관(無冠)이지만 가장 많이 천하를 거머쥐었던 영웅. 또한 쿵제는 지난해만 세계 2개봉을 정복하며 '최대주주'로 군림하기 시작한 신흥 맹주다. '전(全)학년 성적표'를 들고나온 이창호, '최고 우등생'으로 떠오른 쿵제 간 일생일대의 대격돌이다.

2세계 바둑 지도 재편 기회

현존 세계 타이틀 수는 모두 10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이 그 중 7개를 호령했으나 최근 정관장배를 한국이 따내면서 4-6으로 간격을 좁혔다. 여기에 도요타덴소배(구리)가 후원사 사정으로 폐지돼 4-5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창호가 LG배를 품에 안을 경우 한·중 점유수는 5-4로 역전된다. 최근 거세게 불어닥친 중국 바람을 잠재울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3신화냐, 연승이냐

이창호와 LG배의 관계는 특히 각별하다. 14년간 유일하게 '개근'하며 우승 4회를 기록했다. 또 한 번 정상에 선다면 동수였던 동양증권배를 밀어내고 단일 대회 개인 최다 우승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통산 5회 제패도 꿈 같은 이야기인 바둑 세계에서 한 대회 5번 우승은 신화에 가깝다. 이창호가 그 신화에 도전한다.

쿵제의 최근 기세는 생각보다 강하다. 지난해 제14회 삼성화재배 1회전 이후 각종 국제대회서 11연승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특히 첫 본격 우승 무대였던 삼성화재배에선 라이벌 구리와의 준결승, 추쥔(邱峻)과의 결승을 모두 2대0으로 장식, 7연승 무결점으로 장식했다. 과연 기록이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4중국 킬러 vs. 한국 킬러

둘은 각각 경쟁국 선수들만 골라서 눕히고 올라왔다. 쿵제는 1회전서 우승 후보 이세돌을 누른 여세를 몰아 강유택 최철한 박영훈 등 한국 에이스급 강자들까지 연파, 4승 모두 한국 선수들에게 거뒀다. 이창호 역시 4승 중 3승을 퉈자시(�]嘉熹) 추쥔(邱峻) 퍄오원야오(朴文堯) 등 중국 기사에게서 따냈다. 어느 자객(刺客)의 칼이 더 예리할까.

5세계 기전 '101번째 프러포즈'

지난 연말 쿵제가 가져간 삼성화재배가 100번째 세계타이틀이었다. 이번 '101번째 프러포즈'에서 LG배는 둘 중 누구의 '구애'를 접수할까. 지금까지 한·중 간 총 30차례 세계 대회 결승 전적은 한국이 19승11패로 앞서 있다. 올 들어 이창호는 비씨카드배 1회전서 탈락했으나 바둑왕전·국수전 등에서 쾌속 질주 중이고, 쿵제 또한 비씨카드배 16강에 안착하는 등 안정적이다.

맞대결 전적 5승3패로 앞서 있는 이창호는 "쿵제는 단단하고 체계적인 기풍으로 쉽지 않은 상대"라며 "실수를 최대한 줄여야 이긴다"고 말한다. 쿵제는 이렇게 받았다. "이창호는 나이가 좀 들었다지만 여전히 세계 1인자의 파워를 지녔다. 어렸을 때부터 느껴온 두려움을 떨치는 게 승부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