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황민국 기자] 21세기 들어 첫 동계올림픽이었던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는 한국에 깊은 상처를 남긴 대회로 기억된다.

유치 과정부터 6명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조직위원회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 심상치 않았던 이번 대회는 대회기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 판정시비로 두 쌍의 금메달리스트가 나오더니 쇼트트랙 남자 1500m 부문에서는 한국의 김동성이 오심으로 금메달을 도둑맞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할리우드 액션'으로 잘 알려진 아폴로 안톤 오노 사건이다. 당시 김동성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마지막 바퀴에서 인코스를 치고 들어오는 오노를 몸으로 밀었다는 실격 판정으로 고배를 마셨다.

2위로 골인한 오노가 레이스 후반부 코너링 때 갑자기 두 손을 올리는 헐리우드 액션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미국의 국수주의와 배타주의가 도마에 올랐다. 대한올림픽위원회는 판정을 뒤집기 위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은 발견한 대회였다. 전이경·채지훈 등 간판스타들이 은퇴한 쇼트트랙에서 대표팀의 막내였던 안현수와 고기현을 발굴해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고기현은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차기 에이스로 떠올랐다. 3000m 계주에서도 최민경과 주민진 그리고 박혜원과 최은경이 동계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스키점프 단체전에서 8위에 오른 것도 놀라웠다. 등록 선수 7명에 점프대도 단 하나밖에 없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 종목 사상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하는 기적을 이뤘다.

그러나 이번에도 쇼트트랙 외 다른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하면서 종합 순위 14위에 그친 것은 아쉬웠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던 이규혁은 스피드스케이팅 500m, 1000m서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을 뿐 입상에는 실패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독일이 금메달 12개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고 노르웨이(금메달 11개)와 미국(금메달 10개)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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