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음식이 비처럼 내린다면 아이들은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대개 땅에서 솟거나 자라는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영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11일 개봉)'의 예고편을 봤을 때 별로 흥미로울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 나니 아이들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 보기에 손색없는 영화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색감이 아주 좋다. 게다가 캐릭터 전체 모양은 무척 단순화했지만 주름살이나 근육 묘사는 뛰어나게 세밀하다. 게다가 잔 연출에서도 소소한 재밋거리가 듬뿍 담겼다. 그리고 이 영화, 요즘 대유행 중인 3D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색감이 매우 좋고 곳곳에 유머가 장착된 가족영화다.

'꿀꺽퐁당(Swallow Falls)' 섬에 먹을 거라곤 정어리밖에 없다. 이 섬에 사는 플린트는 어렸을 때부터 희한한 물건을 발명하는 게 특기다. 오랜 세월 연구 끝에 그는 결국 물로 갖가지 음식을 만드는 기계를 발명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 기계가 실험 도중 하늘로 날아올라가 버린 뒤, 이 섬마을에는 햄버거와 아이스크림, 치킨, 오렌지주스가 마구 쏟아진다. 그러나 시장(市長)이 이 기계를 이용해 마을을 유명 관광지로 만들 욕심에 음식을 마구 만들어내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음식들은 점점 커져 마을 전체를 덮친다. 플린트는 섬을 취재하려고 온 리포터 샘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구름을 뚫고 '음식폭풍'의 핵으로 돌진한다.

미국 영화의 유머 감각은 집요하고 능청스럽다. 정어리밖에 먹을 게 없다시피 한 마을에 온갖 음식이 내리자, 음식물 턱받이(bib)만 파는 전문점 'Bibs'가 등장하고 지붕을 뜯어버려 하늘에서 그대로 음식을 받아먹는 음식점 '열린 지붕(Roofless)'이 문을 연다. 음식 폭풍 탓에 세계 주요 도시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질 때, 파리 에펠탑에는 샌드위치가 끼이고 중국 만리장성에는 거대한 포춘쿠키가 떨어져 구른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있는 '큰바위얼굴' 조각에는 초대형 케이크들이 차례로 작렬한다. 사실 이런 농담의 낌새는 영화 맨 처음에 알아챌 수 있다. 이 영화 시작할 때 '아무개 감독 작품'이란 자막 대신 '많은 사람이 함께 만든 영화(A film by a lot of people)'란 글이 등장한다.

이 영화가 어른들에게도 잔재미를 주는 것은, '음식 재난'이란 큰 틀이 굴러갈 때 생기는 틈새마다 센스 만점의 우스운 장면들을 삽입했기 때문이다. 정어리 한 마리가 간신히 대형 어항에서 탈출해 환호작약하는 순간 갈매기가 채 가는 장면이 좋은 예다. 정어리는 간신히 하늘로 점프하는데, 점프의 정점에 이르렀을 때 갈매기 발톱에 홱 붙들린다. 간단한 장면 같지만 관객의 쾌감을 극대화하려면 정어리의 체공(滯空)시간과 갈매기가 낚아채는 속도를 각각 몇 초(또는 영점 몇 초)로 해야 하는지 소니애니메이션에서 일하는 기발한 어른들은 잘 알고 있다. 경찰관이 소리를 꽥 지를 때 그의 얼굴 대신 엉덩이를 클로즈업해, 고함과 엉덩이 근육의 상관관계를 묘사한 장면은 가히 예술의 경지다.

무엇보다 주디 바렛과 론 바렛이 쓰고 그린, 같은 제목의 동화책을 읽고 '음식 재난영화'로 각색해 낸 상상력이 놀랍다. 그런 면에서 이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상상력은 이 영화 속 주인공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설 연휴 수많은 영화 중 가족이 함께 볼만한 작품으로는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