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빈민가 고아의 퀴즈쇼 우승 비결
KBS 2TV밤 11시 5분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8개 부문의 트로피를 거머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빈민가 출신의 고아 자말(데브 파텔)의 '퀴즈 쇼 성공기'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퀴즈 쇼. 처음엔 그저 그런 참가자로 여겨졌지만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두며 최종 라운드에 오른 자말은, 부정 행위를 의심받아 경찰에 체포된다. 정규 교육도 못 받은 그에게 문제를 풀 수 있는 '지혜'를 선사한 건, 그가 살아온 역경의 삶 자체.
가난한 소년은 백만장자가 된다. '억세게 운 좋은 소년'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자말의 파란만장한 인생에 깊게 뿌리박고 있는 영화다. '풀 몬티'(1997)의 시나리오도 썼던 사이먼 뷰포이는 이 영화 시나리오에서 시공간을 오가며 자말이 살아온 시간을 직소퍼즐처럼 짜 맞추는데, 정신없이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림은 완성되고 관객은 그 장관 앞에서 황홀한 쾌감에 젖는다. 기쁨과 슬픔, 우연과 필연이 뒤엉키는 이야기 속에서 한 소년의 인생에 자신도 모르게 동참하게 되는 것. 이런 즐거움을 주는 드라마는, 정말 드물다.
이미 '트레인스포팅'(1996)으로 역동적이며 속도감 있는 영상의 달인임을 증명한 바 있는 대니 보일 감독은, 디지털 카메라로 인도 슬럼가의 뒷골목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또한 촬영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타지마할 사원을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2008년 작. 120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생결단
지독한 형사와 지독한 범인의 대결
MBC TV 밤 12시 40분
'형사와 범죄자'는 아마도 영화라는 매체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속될 테마일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가 끝없이 반복되는 이 장르 안에서 살아남는 길은 지독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 그런 면에서 '사생결단'은 평균점 이상이다. 도 경장은 중간 판매상 상도를 이용해 거물급 마약상 장철(이도경)을 잡아들이려 한다. 하지만 이용만 당한 채 감옥에 갇힌 상도. 도 경장은 출소한 상도와 다시 한 번 손잡는다.
'사생결단'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황정민과 류승범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다. 두 연기파 배우가 엇갈리고 충돌하고 쫓고 쫓기는 가운데 두 시간의 러닝타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항구도시 부산의 야경 속에서 그들은 어둠 속에 잠긴다. 두 배우 못지않은 호연의 추자현은 이 영화로 시상식을 휩쓸며 다섯 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2006년 작. 115분.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