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자이언츠 야구단에서 몸을 담았다가 떠나게 돼 만감이 교차합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이 지난 2월 9일 박진웅 사장과 이상구 단장을 퇴임 시키고 장병수 사장과 배재후 단장을 새로 선임했습니다.

프로야구단에서 사장과 단장이 동시에 물러난 것은 15년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백종관 사장-박영규 단장-한동화 감독을 한꺼번에 해임 시키고 2년전 LG 트윈스에서 김영수 사장과 김연중 단장을 함께 퇴직 시킨 이외는 이례적으로 드문 사례입니다.

롯데의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이상구(56) 단장입니다.

물러난 배경에 대해 상당수 언론은 롯데가 근래 보여준 ‘선수 연봉 협상과 계약에서 매끄럽지 못한 구단 행정과 트레이드 불발 사태’를 거론했는데 구단 관계자는 “그 문제는 이번 인사와 상관 없는 일”이라며 실제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2002년에 단장직을 맡은 이상구 씨가 단장 정년인 55세를 2년전에 이미 넘어섰으나 그동안 그룹에서 이 단장의 공로를 인정해 단장직을 계속 맡기는 배려를 했는데 이사대우로 5년간 근무하던 이 단장이 더 이상 임원으로 승진이 안되자 이번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나게 한 것이라는 게 구단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상구 단장은 프로야구 8개 구단 프런트 행정직 멤버 중에 가장 오래 근무한 고참입니다. 롯데 주조에서 근무하던 이 단장은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1년 후인 1983년 2월 1일에 자이언츠 구단에 발령을 받아 기획부 부장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구단의 운영과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일하고 오래 야구단 살림살이에 간여하다 보니까 선수단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외부로부터 질타를 이 단장이 몽땅 뒤집어썼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바보 상구’라는 별명까지 붙여 주었습니다.

특히 롯데가 최하위로 떨어진 2001년부터 이씨가 단장을 맡은 2002년 이후 구단이 4번이나 꼴찌를 하고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못하자 ‘꼴떼’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면서 비난과 비아냥이 이 단장에게 쏠렸습니다.

자이언츠 관계자들은 “최근 이대호의 연봉 협상 과정, 이정훈의 연봉 조정신청 문제로 외부에선 구단이 융통성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여 이 단장이 책임자로 욕을 먹었지만 일단 원칙적인 선에서 출발한 것을 과정이나 결과는 보지 않고 비판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일 구단에서 마련한 송별연에 참석하러 부산으로 향한 이 단장은 “자이언츠에 있으면서 두번(1984년과 92년) 극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도 가슴 뿌듯한 일이지만 가장 보람된 일은 김해 상동야구장을 건립한 것과 자이언츠가 가장 많은 관중이 찾는 구단으로 된 것”이라고 되돌아 봅니다.

롯데가 인기있는 구단으로 자리잡았으나 선수들이 전용야구연습장이 없어 여기저기로 다니며 훈련하는 것을 미안하고 안타깝게 여긴 이 단장은 5년간 롯데 그룹과 지방자치단체를 쫓아다닌 끝에 250억원을 들여 지난 2007년 10월에 초현대식 김해 상동구장을 완공 시켜 선수단의 불편을 덜어주고 지역 야구 발전에 이바지했습니다.

그리고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은 그동안 장기 임대가 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수익을 올리는데 지장을 주었지만 이 단장은 부산시 관계자들를 부지런히 찾아다닌 끝에 2년전 3년 장기 임대를 성사 시켜 야구단 흥행을 한 단계 올려 놓았으며 조만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20~50년 장기 임대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선수단 상품 개발과 마케팅 확장에 직원들과 손발을 맞추어 8개 구단 중 가장 빼어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터전을 닦아 일부 언론에서 자이언츠가 그동안 마케팅과 행정력 부족이라는 비판은 터무니없는 몰이해한 보도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입니다.

구단 프런트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은 이 단장에 대해 “야구계는 독선과 독불장군이 많은데 이 단장은 합리적이고 실무적이며 선수단에 대해서는 이해심이 풍부한 분”이라고 그의 일선 퇴장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야구인들은 “이상구 단장은 8개 구단 모임이나 단장 회의에서 최고참이지만 나서는 일없이 축적된 야구지식과 경험으로 합당한 선에서 결론을 내는데 애쓴 조용한 일선지도자였다”라면서 “롯데 그룹에서 좀더 그 양반을 야구단 일에 요긴하게 기용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움을 표시했습니다.

앞으로 그룹 자문역으로 1년간 롯데에서 머물 이 단장은 “그동안 야구단과 얽히고 설킨 사연을 천천히 털어놓을 생각”이라고 밝혀 ‘부산 갈매기’에 관한 뒷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