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국가 싱가포르에 카지노가 생긴다. 1965년 건국 이후 처음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8일 웹사이트를 통해 '리조트 월드 센토사(RWS)'의 카지노 영업을 지난 6일자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센토사의 복합 리조트를 지은 말레이시아 겐팅(Genting) 그룹의 탄(Tan) 림콕 회장은 "최대한 빨리 허가 사항대로 카지노 문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춘절(설) 연휴 손님들을 겨냥해 조만간 문을 열 것"으로 예상했다.

센토사 리조트 중심부에 있는 크록포즈(Crockfords) 호텔 지하의 약 1만5000㎡(약 4550평)에 들어선 카지노는 종업원만 2300명이 넘는 대형 카지노다. 바카라·블랙잭·포커 등을 즐길 수 있는 약 200개의 테이블과 500여개의 슬롯머신이 비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섬의 한 호텔에 들어선 ‘리조트 월드 센토사’ 카지노의 내부. 이 업체는 6일 영업허가가 남에 따라 싱가포르 역사상 최초의 카지노가 됐다. 싱가포르는 1965년 건국 이후 지금까지 도박을 철저히 금지해왔었다.

겐팅 그룹은 센토사 섬에 복합 리조트를 짓기 위해 지난 3년간 약 45억달러(약 5조원)를 투입, 6개의 호텔과 동남아 최초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생태공원 등을 건설해 왔다. 이 중 크록포즈 호텔과 하드록(Hard Rock)호텔 등 4개 호텔은 지난달 20일 개장했고 나머지도 내년까지 개장한다.

하지만 센토사 카지노의 독점은 오래 못 간다. 오는 4월이면 센토사 섬에서 동북쪽으로 5㎞쯤 떨어진 마리나베이(Marina Bay) 리조트에도 새 카지노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카지노 그룹인 미국의 샌즈(Sands)그룹이 39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투입해 건설 중인 마리나베이 리조트에는 카지노를 비롯, 대형 컨벤션센터와 국제 페리, 극장 등이 대부분 완공단계에 와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개의 카지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싱가포르 GDP(국내총생산)를 최대 1%(약 25억달러)까지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의회에 답변했다. 싱가포르의 카지노 사업은 도박의 도시인 마카오를 비롯한 아시아의 도박 산업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쩡중루(增忠祿) 마카오 카지노학회장(마카오 폴리텍 교수)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인도, 호주 등 싱가포르 인근 국가의 카지노 고객들은 싱가포르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도덕 국가 싱가포르의 변신을 이끈 사람은 리셴룽(李顯龍) 현 총리다. 25년간 집권했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도박·마약·매춘을 엄격히 금지했다. 하지만 아들인 리셴룽 총리는 지난 2006년 카지노 사업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무역·금융 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카지노를 허용해 관광 산업을 획기적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대신 싱가포르 국민과 영주권자들을 '보호할' 장치도 마련했다. 이들에겐 별도로 70달러(약 8만원)의 카지노 입장료를 받아 출입을 제한함으로써 '타락(?)'과 낭비를 막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