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금기 깬 노골적 주제…갈수록 논란-비판
 

KBS 2TV 미니시리즈 '공부의 신'(연출 유현기, 극본 윤경아)이 화제다.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공부의 신'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드라마의 완성도 혹은 깊이 있는 주제 때문이 아니다. 사회 현실을 반영한 소재 덕분이다.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려했던 금기를 직접적으로 건드린다. 속시원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라는 일본 원작만화를 살짝 비틀었다.

 ▶사회 금기 깬 노골적인 주제

'공부의 신'은 노골적이다. 고3 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 다른 건 없다. 출세하기 위해서다. 성공의 문을 여는 열쇠는 단 하나. 천하대 입학이다.

드라마는 '꼴통학교' 병문고가 배경이다. 강석호 변호사(김수로)가 '천하대 특별반'을 꾸리면서 시작됐다. 그의 주장은 단순 명쾌하다. "룰을 바꾸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룰을 바꾸는 것은 천하대 출신이다. 그는 "다른 대학은 필요없다"고 단언한다. 학벌 지상주의를 숨기지 않는 정도가 아니다. 오히려 조장한다. '천하대=서울대'를 모르는 시청자는 없다. 이래도 되는지 우려될 정도다.

'공부의 신'에서 "학교는 인간교육의 장"이라는 원론적인 주장은 설 자리가 없다. '천하대 지상주의자' 강석호와 '전인교육 주창자' 한수정 선생(배두나)에 대한 홈페이지 투표 결과, 80% 이상의 시청자가 '지금 필요한 선생님'으로 강석호를 선택했다. '공부의 신'은 이런 학부모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과목별 공부 방법까지 제시

'공부의 신'은 각 과목별 공부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차기봉 선생(변희봉)은 수학 공식 무조건 암기, 앤서니 양은 노래와 춤을 이용한 영어문장 외우기, 이은유 선생은 문학작품 속 성적인 표현만을 모은 교재로 흥미를 유발한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특별반' 학생들은 전교 1위, 영어 1위 학생과의 영어 배틀에서 승리한다.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공부 방법의 현실성과는 관계없이, 시청자 반응은 뜨겁다. 게시판에는 "드라마 덕분에 '근의 공식'을 외우게 됐다", "앞으로 유행가로 영어 단어를 외워야겠다", "드라마에 나온 영어 노래랑 예문 자료를 올려줄 수 없느냐"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물론 드라마에 나온대로 공부하면 단기간에 최상위권이 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눈물 자극하는 TV판 '국가대표'

'공부의 신'은 학교에서도 포기했던 '찌질이'들의 공부 혁명을 그린다. TV판 '국가대표'다. 영화 '국가대표'는 비인기종목인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애환과 성공을 그려 빅히트했다. 해외 입양아, 병든 할머니를 모셔야 하는 형제, 아버지의 구박을 받는 청년들이 주인공이었다. '천하대 특별반' 학생들의 면면도 이와 비슷하다. 황백현(유승호)은 할머니와 단둘이 단칸방에 산다. 길풀잎(고아성)의 엄마는 연하남과의 사랑타령이나 늘어놓는 노래방 주인이고, 홍찬두(이현우)는 공부 못한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눈밖에 났다.

'공신돌' 5인방은 교실에서 합숙하며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는다. 아웃사이더들이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세우고,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모습이 '국가대표'를 꼭 닮았다.

 ▶시대 변화의 풍향계

1989년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빅히트했다. 성적 지상주의에 희생된 여고생이 자살하는 비극을 그렸다. 2002년에는 드라마 '학교'가 인기였다. 일류대를 삶의 목표로 삼는 교육 현실을 비판한 드라마였다. '공부의 신'은 정반대다. 매년 학기초마다 '학원 프리미엄'으로 서울 강남의 집값이 오르는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20년 전에도 일류대 입학, 사교육 문제는 사회적 이슈였다. 사회 분위기상 이를 에둘러 표현해야 했다. '공부의 신'은 정공법으로 승부한다. 강 변호사는 자신을 "선생이 아니라 입시 트레이너"라고 대놓고 말한다. 세태가 그만큼 변했다. '공부의 신'이 통하는 이유다.

 ▶소재주의 벗어난 장점은?

'공부의 신'은 많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 학벌 지상주의, 사교육 제일주의, 교사 폄하 등이다. 이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드라마에서 이은유 선생은 학생들에게 "막장 드라마가 인기있는 이유를 아느냐"고 묻는다. '공부의 신'에 그 대답을 돌려줄 수 있다. 파격적인 내용으로 승부한다. 드라마 초반에 주목을 끈 이유다. 하지만 소재의 파격성을 벗어나면 많은 한계를 노출한다. 마치 시트콤처럼 진행되면서, 대학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의 진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사회 현실에 대한 진단과 반성도 사라졌다. 길풀잎을 둘러싼 어설픈 멜로 라인과 느린 전개는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공부의 신'의 장점은 파격적이고 현실적인 소재를 다룬다. 하지만 '찌질이'들의 공부 혁명이라는 매력을 살리지 못한 채 갈수록 성격이 모호해지고 있다. 16부작의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계속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