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대웅전에서 30대 전후의 젊은이 23명이 '탁, 탁' 죽비 소리에 맞춰 절을 했다. 이들은 사법연수원 동호회 '다르마 법우회' 회원들이다. 다음 달 입소하는 41기 새내기 사법연수원생 7명도 입소 전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1박2일 '템플스테이'에 동참했다.

오후 8시 30분 1080배가 시작됐다. 108배는 너무 가볍고 7~8시간 걸리는 3000배는 초심자에겐 무리여서 1080배를 하기로 했다. 절을 시작한 지 20여분이 지나 200회를 넘기자 김유신(27·41기)씨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무릎 아래 방석엔 땀이 흥건히 고였다. 1~2시간 지나자 자리에 엎드려 잠시 묵상하며 쉬는 사람도 생겼다.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1박2일‘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법연수원 생 23명이 법복을 입고 1080배를 하고 있다.

6일 0시를 조금 넘겨서야 1080배가 끝났다. 최권(31·41기)씨는 "온몸이 다 아프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면서 "합격의 기쁨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지혜(28·40기·대구고법 시보)씨는 "수험생활을 할 때 나를 위해 이렇게 절을 해 주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절을 했다"고 했다.

이날 1080배를 하는 사법연수원생들에게 봉은사 주지 명진(明盡)스님(60)은 "사법연수생들은 다른 사람 인생이 좌지우지될 수도 있는 판단을 끊임없이 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편견을 버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