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잘하면 모든 게 다 용서된다'는 건 흘러간 노래일 뿐이다. 이기적인 삶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이 강조되면서 '지식'보다는 '인성'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봉사 등 사회공헌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고, 자녀교육에서도 '1등 아이'만을 원하던 과거와는 다른 흐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맛있는 공부는 2010년 연중기획으로 '이제는 인성(人性)이다'를 시작한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우리 사회의 인성교육 모습을 소개할 예정이다.

어머니 따라 6세 때 봉사 시작, 가족봉사 시간 1만 시간 넘어…

최아름(18·광주여상 졸)양은 어릴 적부터 꾸준히 해온 봉사활동으로 대한민국인재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꿈은 의료 봉사자가 되는 것. 이런 꿈을 갖게 된 데는 봉사활동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다.

너무 예쁜 아이들과 사진 한장. "항상 이렇게 밝게 웃으렴."

최양은 여섯 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아직 어렸기에 보육원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갓난아이들의 기저귀를 개는 사소한 일부터 맡았다. 그리 거창한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봉사를 접하면서 그 중요성과 기쁨을 몸으로 느꼈다. 최양은 "그때는 너무 어려서 봉사가 무엇인지 몰랐다. 아이들과 함께 뛰놀고 어머니를 도와 장난감 정리를 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봉사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고 했다.

"중학교 입학 후 봉사활동 점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 덕분에 봉사가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부터 봉사를 접했기 때문이죠. '그동안 했던 활동을 봉사활동이라고 하는구나'라고 중학생 때 처음 알았어요. 기저귀 개기를 시작으로 독거 어르신과 결연 맺기, 이·미용 보조, 손톱 깎기, 동화책 읽어주기, 다문화가정과 음식 나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봉사를 하면서 작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만큼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봉사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가을. 보육원에서 목욕봉사를 했다. "멋쟁이가 되려면, 깨끗하게 씻어야 해."

최양의 가족은 한 달에 두 번, 놀토(노는 토요일)에 봉사한다. 보육원 아이들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의 손톱, 발톱을 정리해준다. 이때만큼은 서울에서 생활하는 두 언니와 공부하느라 바쁜 동생도 함께한다. 봉사수첩을 만들어 어떤 봉사활동을 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부터 시작한 가족 봉사활동 시간은 1만 시간을 훌쩍 넘는다. 최양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자매들이 봉사활동을 매개로 만날 수 있었다. 함께 봉사활동 하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베풂의 즐거움, 이해심, 협동심 등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 가족 간의 사이가 돈독해졌고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봉사해야지'

봉사활동 하며 스스로 행복 느껴… 봉사 방법 친구에게 전파

최양은 '봉사'라는 값진 경험을 혼자만 하기에는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봉사활동을 함께하기 시작했다. 봉사를 하고 싶어도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몰랐던 친구들은 최양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모금함을 만들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으고 보육원에 찾아가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했다.

2007년 겨울, 청소년 봉사단 친구들과 연탄 배달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따뜼한 겨울 보내세요."

"가장 보람된 것은 봉사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일이에요. 방법을 알게 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봉사를 권하고… 마치 물감이 퍼지는 것처럼 봉사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기도 했죠. 봉사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청소년활동진흥센터'를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지금은 봉사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전파하는 최양이지만, 힘들 때도 있었다. 날씨가 춥거나 더울 때, 이·미용 봉사활동을 하면서 머리카락이 온몸에 박힐 때, 공부와 봉사활동을 병행해야 할 때가 그렇다. 하지만 최양은 자신을 기다릴 아이들과 장애우를 생각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떨칠 수 있었다. 최양은 "봉사를 하면 할수록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봉사를 하면서 더 많은 것을 제가 받고 있어요. 제가 하는 봉사활동은 보잘 것 없지만, 그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그 사랑으로 전 행복해지잖아요. 그럴수록 앞으로 더 열심히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면 뭔가 거창한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원봉사예요. 저는 올해 간호대학에 진학해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의료 봉사를 하고 싶어요. 그동안의 봉사활동 경험에 전문 지식을 더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