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DB

"세상에서 가장 집적도가 높은 반도체(Chip)를 만드는 기업은 인텔이 아니라 엔비디아입니다."

세계1위 컴퓨터용 그래픽칩 제조업체인 엔비디아 젠슨 황(Jen-Hsun Hwang·47·사진) 사장은 Digtal Biz와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PC의 심장은 그래픽 처리장치(GPU)"라고 말했다. 그래픽 처리장치는 요즘 PC의 성능과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 3D나 고화질(HD) 영상이 주목을 받으면서 PC에서 그래픽 처리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그래픽 처리장치 시장의 60%를 차지한 엔비디아는 가장 집적도가 높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든다. 황 사장은 "인텔의 최신 중앙처리장치(CPU) 블룸필드 칩에는 트랜지스터가 약 7억개 들어가지만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 페르미 칩에는 30억개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PC의 두뇌라는 CPU보다 그래픽 처리장치가 더 똑똑해진 것이다.

그는 미국 이민자 가운데 가장 성공한 인물로 꼽힌다. 대만 출신인 황 사장은 9세 때 미국에 왔다. 처음 그가 인정을 받은 분야는 사업이 아니라 운동이었다. 15세 때 전미 청소년 탁구대회 복식 부문 3위를 차지했다.

물론 그는 사업에서 더 큰 성공을 이뤘다. 오리건 주립대학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한 황 사장은 93년 엔비디아를 설립했다. 처음 회사를 만들었을 땐 세계 70여개 업체가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저렴하면서도 압도적인 성능을 갖춘 제품을 앞세워 2000년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한다. 회사 연매출이 약 40억달러(약 4조1600억원)까지 늘어나는 동안 많은 경쟁업체가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경쟁업체는 인텔과 AMD 정도다.

엔비디아는 컴퓨터용 그래픽 처리장치뿐 아니라 3D 등 고난도 그래픽 기술 분야 1위 업체다. 그는 "'아바타' '트랜스포머' '2012' 등 그래픽에서 내로라하는 영화는 모두 우리 제품과 기술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영화사만 최신 그래픽 처리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는 "선박·자동차 설계, 의료기기 등 전문가용 그래픽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엔비디아의 기술과 제품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자동차를 만들 때도 엔비디아 제품과 기술을 이용합니다. 엔씨소프트가 3D 게임을 만들 땐 우리와 함께 최적화 작업을 하죠." 아우디나 BMW도 차를 디자인하고 주행 시뮬레이션을 할 때 엔비디아 제품과 기술을 쓴다.

엔비디아의 강점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다. 그는 "약 6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그래픽 처리장치를 발표한다"면서 "6개월 사이에 다른 업체들이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내놓으면 재빨리 다른 신제품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열린 문화로 유명하다. 사장도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장실이 없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지사장들도 자기 사무실이 없죠. 사장을 둘러싼 벽이 없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분야 최강자인 엔비디아는최근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회사는 올 1월 태블릿PC용 중앙처리장치 '테그라(Tegra)2'를 발표했다. "한번 충전하면 16시간 고화질(HD) 동영상을 볼 수 있고, 3D 가속 기능이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만든 제품답게 HD와 3D에 강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