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여중생, 눈물의 졸업식

"못 배운 설움과 한, 이번 졸업식으로 잊을껍니다"

부산지역 만학도의 산실, 부경보건고등학교 성인 여중과 여고생 어머니들이 4일 사하구 장림동 학교에서 눈물의 졸업식을 가졌다.

부경보건고는 배움의 한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는 장한 어머니만을 위한 배움터를 2001년 개설했다. 이 학교는 성인 여고 교육과정을 개설한 이후 수 많은 어머니들의 요청으로 이듬해에 중학교 과정도 마련했다.

이곳에는 현재 20대 주부에서부터 70대 할머니까지 모두 600여 명의 학생들이 배움의 한을 털고 있다. 이날 졸업식에는 중학교 과정 158명, 고교 과정 131명 등 모두 289명의 어머니들이 때늦은 졸업식을 치렀다.

이번에 졸업하는 늦깍이 만학도 대부분은 가난에 쫒겨 배움의 기회를 놓친 중장년층 학생들로, 그들의 사연도 참 다양하다.

유방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가발을 쓴 채 시험을 비롯한 모든 학교행사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중학교 과정을 마친 김종례씨(43.여). 김씨는 이날 졸업식 이후 고교과정에 진학할 예정이다.

고혈압과 지제장애 등과 맞서 싸우며 결석하지 않고 학업에 대한 열의를 불태운 김애자씨(62), 작은 딸이 중병을 앓고 있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종합병원 도서실에서 도서를 빌려주고 반납하는 봉사활동을 13년째 잇고 있는 이숙희씨(63).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향학열을 불태운 김만애(78) 할머니, 낮 시간에는 주부로 저녁시간에는 중학교 학생으로, 밤에는 대리운전기사로 1인 3역을 맡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김모씨 등이 눈에 띈다.

특히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남편을 10년째 병간호하던 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시아버지까지 4년째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부산시 효부상을 받은 신순화씨(65). 신씨는 이런 상황에서도 1남2녀의 자녀를 모두 4년제 대학을 마칠 수 있도록 헌신하며 배움의 열망을 놓칠 수 없었던 것.

뒤늦게 시작한 공부인만큼 향학열도 남다르다. 졸업생 가운데 50여 명은 2년제와 4년제 정규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다.

졸업생 대표 정세주씨(53.여)는 "지난날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학벌이라는 족쇄 때문에 부모, 형제에게 행여 누가 될까, 남편의 출세에 방해될까, 자식 앞길을 가로막을까 고민하며 방황할 때 부울보건고는 등대가 됐다"고 감회를 밝혔다.

권성태 교장은 "학교와 가정에서 1인 다역을 헤쳐 나가며 열심히 학업을 다한 졸업생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