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인터넷(대표이사 남궁훈)이 2010년 정초부터 대형 사고를 일으켰다. 지난달 14일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신작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 '드래곤볼온라인'에서 게임 내 화폐인 '제니'가 복사되는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했다. 공개서비스 이후 채 보름도 안된 시점에 발생한 사고다. 게임머니 복사 버그는 게임 내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다수의 선량한 이용자들이 심각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사안의 매우 중대하다. 예를 들어 정상적으로 플레이한 유저가 1만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모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버그를 이용한 유저는 손쉽게 수십억의 머니를 보유할 수 있다. |
늑장 대응 - 책임회피 이용자들 불만 속출 |
2010 올인작 대형사고로 'CJ인터넷 위기' |
복사 버그 발생 이후 제니 거래가격이 폭락한 것은 물론이다. 아이템 거래사이트 등에서 100만 제니 당 2만5000~3만2000원의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다.
'드래곤볼온라인' 이용자 중 상당수는 'CJ인터넷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복사된 게임머니가 제대로 회수되지 않는 것을 보고 실망한 나머지 '게임을 접겠다'고 선언하는 유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유저들의 불만은 버그 자체에 대한 질책보다는 게임업체측의 문제해결 의지나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CJ인터넷이 사고발생을 인지한 것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유저들의 불만이 쏟아진 지난달 26일 오후다. 복사 버그가 최초로 발생한 시점은 '아무도' 모른다. CJ인터넷측은 "자유게시판을 통해 사고 발생을 알게 된 것보다 2~3일쯤 앞선 시점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만 밝혔다.
CJ인터넷측은 사고를 인지한 다음날인 27일 오전 2시19분 자유게시판에 '시스템 비정상 이용에 대한 조치 안내'라는 공지문을 띄웠다. CJ인터넷 김무종 홍보실장은 지난 29일 "불법 복사된 게임머니에 대한 회수가 완료됐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회수되지 않았다'는 유저들의 불만글은 그날 오후에도 여전히 자유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CJ인터넷측은 1월31일 공지사항을 통해 약 400명의 시스템 비정상 이용자에 대한 이용제한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드래곤볼온라인' 이용자들은 복사 버그의 발생은 100% 서비스업체의 과실임에도 불구하고 CJ인터넷측이 공식적인 사과를 하기도 전에 공지문에서 비정상 이용자에 대한 제재조치를 먼저 언급했다는 점에 불쾌함을 나타내고 있다. 또 부당하게 취득한 재화에 대한 회수가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이번 사태가 마무리된 것처럼 공지사항을 띄운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CJ인터넷으로선 이번 사태가 유난히 뼈아픈 이유가 있다. '드래곤볼온라인'은 2010년 CJ인터넷이 사운을 걸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서든어택' 등 일부 인기작을 제외하면 최근 몇년간 이렇다 할 히트게임을 내놓지 못한 CJ인터넷에게 '드래곤볼온라인'은 그야말로 '올인'의 대상이다. 게다가 NHN한게임 출신의 신임 남궁훈 대표이사가 취임한 지 한달도 되기 전에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도 뼈아프다.
'드래곤볼온라인'의 위기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공개서비스 이후 불과 보름만에 "콘텐츠 부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해외 유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건 인지도 확보 차원에서는 유리하다. 그러나 다른 MMORPG와 비교하면 원작자가 사전 검토를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있어 신규 콘텐츠 추가 과정이 복잡한 게 최대 약점"이라며 "원작의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로 한정하면 적합한 흥행요소를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