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7분 드라마'

“내가 아는 피겨 스케이팅은 음악 그리고 팬들과 교감하면서 무대 위에서 펼치는 한 편의 드라마다.”

‘피겨 여왕’ 김연아(20)는 자신이 직접 쓴 에세이집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피겨 스케이팅은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을 쏟아 넣고 그것을 통해 관객들과 기쁨, 행복감을 나누는 아름다운 스포츠”라고 정의한다. 피겨 스케이팅은 “누군가와의 싸움도 아니”며 “나라끼리의 싸움도, 선수와의 싸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없이 고독한 나 자신과의 싸움도 아니다”라고도 풀이한다.

책 제목 ‘7분 드라마’는 2분50초의 쇼트 프로그램과 4분10초의 프리 프로그램을 묶어서 일컫는 말이다. 김연아가 일곱살에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었을 때부터 국가대표가 된 후 시즌별로 프로그램을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이 오롯하게 녹아있다.

김연아가 다시 보기 싫은 프로그램은 2006~2007 시즌의 ‘종달새의 비상’이다. “음악만 들어도 그때의 아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코끝이 찡하면서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오기” 때문이다. 당시 김연아는 부상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08년 국내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 때는 갑작스런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한 후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고 한심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글귀는 김연아가 힘들어 한 시기마다 위로와 힘을 줬다. 옛날 페르시아의 왕이 슬플 때 좌절하거나 기쁠 때 오만해지지 않기 위해 반지에 새겨 놓고 다니던 문구라고 한다.

김연아는 “이 말처럼 모든 것은 흘러가버린다. 중요한 것은 오늘, 그리고 오늘에서 비롯된 내일”이라면서 “지금만 기회가 아님을 알기 때문에 크게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기로 했다”며 의연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로서의 김연아가 아닌 스무살 대학생의 김연아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일상, 평소의 생각, 팬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 세계 챔피언이기도 하지만, 자유와 평범함을 꿈꾸며 단순하고 쿨한 O형에 안 먹는 거 빼곤 다 잘 먹는 꿈 많고 소탈한 스무살의 피겨 스케이터입니다.” 288쪽, 1만5000원, 중앙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