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UGG), 구글(Google), 위(Wii), 빙(Bing)…
우리는 쉽게 부르는 브랜드들이지만, 신제품에 이름 붙이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각 기업들은 기억하기 쉽고, 우스꽝스럽지 않으면서도 다른 회사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 묘안(妙案)을 짜내기 위해 노력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 작명비결, 그 뒤에 얽힌 이야기들을 미국 ABC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못 생겨서 붙은 이름, '어그(UGG)'
젊은 여성들이 즐겨신는 부츠 '어그(UGG)'는 못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다. 이 부츠는 호주인들이 양가죽과 양털로 만들어 수십년째 즐겨신던 신발이다. 그들은 부츠 모양이 볼품없다며 '못 생겼다'는 뜻의 영어단어인 '어글리(ugly)'에서 본따 이 신발을 '어그(ugs·ughs)'라고 불러왔다. 그 이름을 미국업체인 데커스(Deckers)가 철자만 살짝 바꿔 상표로 등록한 것이다.
그리고 적반하장격으로 호주의 부츠회사들이 '어그'란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소송을 냈다. 호주인들은 반발했다. 현지언론에서는 "양키들이 호주의 상징을 훔쳐간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법정까지 간 싸움에서, 호주법원은 호주 부츠회사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데커스는 아직도 미국에서의 상표권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구글의 원래 이름은 '백럽(BackRub)'
포털사이트 구글(Google)의 원래 이름은 발음하기도 어려운 '백럽'이었다. 구글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Brin)과 래리 페이지(Page)는 사이트의 이름을 백럽이라고 지었다가, 런칭 초기에 이름을 '구글'로 바꿨다. 그들의 힌트를 얻은 것은 수학용어인 '구골(googol)'이었다. 구골은 숫자 1 뒤에 영(0)이 100개 붙은 숫자다. 가능한 많은 웹사이트를 찾아내는 포털 사이트의 브랜드로 적격이라는 것이다.
◆단어의 조합으로 만든 '액센추어(Accenture)'
미국의 컨설팅업체 액센추어'는 '액센트(Accent·강조)'와 '퓨처(Future·미래)'의 합성어다. 미국의 통신업체 '버라이존(Verizon)'은 '베리파이(Verify·확인하다)'와 '호라이즌(Horizon·지평선)'을 합친 말이다.
이처럼 단어를 조합해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은 주로 서비스 업체에 쓰인다. 미 뉴욕의 브랜드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의 파올라 노램부에나(Norambuena) 대표는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지만, 점점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면 뜻을 유추할 수 있는 이름이 서비스업체에 적격"이라고 말했다.
◆듣는 순간 느낌이 오는 '위(Wii)', '빙(Bing)'
반면 소비재 브랜드의 이름은 듣는 순간 제품의 특성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닌텐도의 게임기 '위'는 자유로울 때 내는 환호성 '위(weeeeee)'와 '우리(we)'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 런칭 초기에는 비판도 많았다. 이름이 너무 유치하고 발음도 어려운데다, 마치 '오줌을 눈다'는 뜻의 '피(pee)'를 연상케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위'는 성공적인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검색엔진 '빙'에는 '무언가를 찾거나 얻는다(finding or getting something)'는 뜻이 담겨있다.
◆표절논란 낳은 이름, '넥서스원(NexusOne)'
구글의 스마트폰 '넥서스원'은 표절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공상과학소설 작가인 필립 K 딕의 원작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에서 이름을 도용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1982년 '블레이드러너'라는 영화로 재탄생하기도 한 이 소설에 등장하는 기계인간 '안드로이드'의 이름은 '넥서스식스(Nexus 6)'다. 구글측은 넥서스원과 딕의 소설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브랜딩컨설팅업체 애디슨휘트니의 클레이튼 톨리(Tolley) 대표는 "브랜드명 하나를 짓기 위해 6개 팀이 한 달 동안 강도높은 브레인스토밍을 거친다"며 "그 중에서 클라이언트가 고르는 이름이 최종 낙점된다"고 말했다.
브랜드를 짓는 과정이 힘든만큼 ‘브랜드 작명가’들의 보수도 높다. 유명 브랜드컨설팅업체들은 기업의 의뢰를 받아 수 차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하는데 2만 달러(2300만원), 이름을 짓고 법적인 상표등록 작업까지 처리하는데 통상 300만 달러(34억8500만원)를 받는다고 ABC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