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경이 기자] 예능 1인자의 자리를 두고 강호동과 유재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승부를 가를 수 없을 만큼의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면 충무로에서는 설경구와 송강호가 우열을 나누기 어려울 만큼의 불꽃 튀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공개된 영화 ‘의형제’에서 송강호는 물 만난 고기마냥 편안하면서도 유연하게 거침없이 자신의 연기력을 선보여 평단을 사로잡았다.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보여줬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보여줬던 코믹 본능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그 이상의 시너지를 냈다.
송강호는 극중에서 전직 국정원 요한 한규 역을 맡았다. 자신이 수년 째 쫓는 북한 공작원 그림자를 향한 집념과 오기를 보여주며 “넌 내가 잡았어”라고 말을 할 때는 살벌한 기운이 다소 감돌지만 상사 앞에서 책임을 추궁하는 잔소리를 들을 때는 꼬리를 내리며 “양육비는 내가 내”라고 중얼중얼 거릴 때의 대사처리는 감칠맛이 돌며 관객들을 웃음을 터트린다.
또한 남파 공작원 지원으로 출연하는 강동원과 한 공간에서 동거를 할 때는 순간순간 절묘한 타이밍의 리액션을 보여주며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코믹한 제스쳐와 표정으로 분위기를 살려냈다.
‘의형제’의 장훈 감독은 “매일 촬영할 때마다 송강호가 짐승 같은 배우라고 생각을 했다”며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굉장히 편안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다가 카메라가 돌아갈 때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설경구가 영화 ‘해운대’에서 부산토박이로 분해 부산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해운대 앞바다에서 볼 수 있을법한 수더분하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의 구수한 연기로 많은 관객들의 배꼽을 잡았다면 올해는 영화 ‘용서는 없다’에서 살벌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용서는 없다’에서 설경구는 남부러울 것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지만 미국에서 귀국하기로 한 자신의 딸이 살인범에게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고서부터는 살 떨리는 추격전을 시작한다.
설경구는 ‘해운대’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애끓는 부성애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숨죽이게 했다. 극의 막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찾았던 딸이 자신의 예상과는 완전히 밧나간 상태라는 것을 안 순간의 혼돈과 좌절, 그리고 딸을 잃어버렸다는 처절함과 지난날의 후회에 대한 감정을 폭발적인 연기력에 실어 보는 이들까지 처절하고 안타깝게 했다.
‘용서는 없다’의 한 관계자는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는 설경구가 그 상황에 너무 몰입돼 있어서 정말 가까이 갈 수조차 없이 무서웠다. 그 뿜어내는 기운이 실제 그 인물이 된 것처럼 살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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