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정동에 나란히 위치한 이화여고와 창덕여중이 교사 개축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이다 결국 법정까지 갔다고 동아일보가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화여고를 운영하는 이화학원은 지난해 12월 15일 서울시(대표자 김경희 교육감 권한대행)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창덕여중이 새로 짓고 있는 교사(校舍)가 이화여고 건물과 지나치게 가까워 수업 환경을 방해하는 소음과 사생활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

서울시교육청은 2007년 교실이 부족하다는 창덕여중 측 요청에 따라 개축 공사를 승인했다. 당시 이화여고는 물론이고 창덕여중도 새로 짓는 건물이 여고와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설계변경을 요청했다. 두 건물 간 거리는 15m 정도다. 하지만 사업을 맡아 진행한 중부교육청은 "3년 넘게 진행해온 적법한 행정 절차라 기존 설계안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이에 창덕여중은 중부교육청의 지원으로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고 이화여고는 이에 반발하다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8일 법정에서 이화재단과의 1차 심문을 마친 중부교육청의 입장도 강경하다. 중부교육청 관계자는 "동일 대지 내에서 함께 운영하는 초등학교나 중고교도 전혀 문제없이 수업하고 있다"며 "학교 간 서로 다른 타종 소리 등이 수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건물 사이에 수림대를 조성하고 이화여고에서 원한다면 방음벽도 설치해 줄 수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하지만 이화여고 측은 방음벽이 효과도 불확실한 데다 미관상의 문제도 있어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신축 예정용지에 대해 지표 조사를 벌인 결과 서울성곽 일부 등 문화재까지 나와 이미 공사는 중단된 상황이다. 창덕여중 측은 "법적 소송까지 휘말렸는데 문화재까지 출토돼 공사는 이래저래 중단된 상태"라며 "소송 관련 내용은 모두 중부교육청에 맡긴 상태"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이화여고는 1886년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으로 창립해 올해로 124년째 정동에 머무른 터줏대감이다. 1945년 경성제3공립고등여학교로 개교한 창덕여중은 1949년 교명을 바꾼 뒤 1973년 종로구 재동에서 중구 정동으로 이사했다. 두 학교는 담장을 사이에 둔 채 37년간 이웃으로 지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