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드라이버-볼 교체 ② 예전의 체중 회복
나이키 아닌 테일러메이드사 R7 리미티드…볼은 프로 V1

2년간 했던 음식조절 끝내고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어

고목 나무에 꽃이 피나. 불혹의 최경주(40)가 한창 상승세에 있는 후배 양용은(38)을 따돌렸다.

드라이버샷 비거리 얘기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거리에 목숨을 걸지만 프로들은 아니다. 하지만 거리가 전부는 아니란 얘기일 뿐 무시할 수는 없다. 갈수록 대회 전장이 길어지고 있어 거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타이거 우즈마저 거리가 줄어 걱정이라고 고백했을 정도다.

최경주에게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최경주는 18일(한국시각) 끝난 PGA 투어 소니오픈에서 믿기힘든 샷을 뿜어댔다.

최경주의 나흘간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무려 310.1야드. 경기 코스인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골프장에 바람이 많고 페어웨이가 딱딱해 런이 꽤 있었다고 해도 엄청난 기록이다. 수치가 아니라 순위를 보면 객관성이 높아진다. 출전선수 144명 가운데 당당 8위다. 특히 2라운드에는 315야드, 4라운드에서는 319야드의 '짐승샷'을 날렸다.

이번 대회 양용은의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302.8야드로 전체 15위였다. 최경주가 양용은보다 평균 7야드 이상 멀리 때렸다. 최경주가 최근 몇 년간 정규 대회에서 양용은보다 드라이버샷을 멀리 날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지난해 최경주의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80.1야드로 전체 150위(250명중)였다. 반면 양용은의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91.3야드(전체 67위)로 PGA 투어멤버 250명 중 중상위권이었다.

역도선수 출신인 최경주와 보디빌더 출신인 양용은은 둘다 장타자였다. 10여년 전 한국에서 활약할 때부터 장타로 소문난 선수들이었다. 헤드 체적 460cc인 최신 티타늄 드라이버가 아니라 300cc대 드라이버를 가지고도 300야드를 펑펑 날렸다.

미국 진출 이후 컨트롤과 코스 매니지먼트 때문에 자연스럽게 거리가 줄었지만 최근 몇 년간 유독 최경주의 티샷 비거리는 현저하게 줄었다. 2003년 294야드였던 비거리가 2004년부터 285야드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280.1야드로 급감했다. 허리통증과 스윙 교정에 따른 밸런스 파괴, 체지방 감소를 통한 체질개선 과정에서 비거리가 줄고 말았다. 최경주는 짧아진 비거리를 만회하기 위해 페이드샷을 드로샷으로 바꾸는 등 갖은 노력을 했으나 지난시즌 막판까지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몇 달만에 혁명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드라이버와 볼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최경주가 지난해말부터 지난 2년간 실시했던 음식조절을 끝내고 먹고싶은 것을 마음껏 먹으며 체중을 약간 불린 것은 두 번째 이유다.

최경주는 이날 4라운드를 마친 뒤 "드라이버와 볼을 바꾸면서 비거리가 좀 늘었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지난 5년간 나이키와의 통합 스폰서계약에 따라 나이키 클럽과 볼을 사용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겨우내 시험해봤던 여러가지 클럽들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이중에서 자신과 딱 맞는다고 느껴지는 장비들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연말에는 핑 드라이버를 중점적으로 시험했지만 막상 소니오픈에 들고나온 드라이버는 테일러메이드사의 R7 리미티드다. 2008년 모델로 지금은 단종됐다. 절친한 후배인 양용은이 사용하고 있는 드라이버와 같은 종류다. 최경주는 드라이버와 우드는 테일러메이드 제품을 쓰고, 아이언은 핑의 I15, 퍼터는 캘러웨이사의 오딧세이, 볼은 타이틀리스트사의 프로v1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나이키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최경주의 매니지먼트사인 IMG에서 클럽 교체를 고민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와 나이키가 발끈하기도 했다. 당시 최경주가 직접 나서 오해를 풀었다.

불과 몇 달만에 '짤순이'에서 '장타남'이 된 최경주는 현재 용품계약을 하나도 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그가 지닌 상징성은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도 영향을 미친다. 뭘 쓰느냐에 따라 판매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의 변신을 놓고 골프용품 회사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