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의 '본(本)'이 되살아난다. IJF(국제유도연맹)는 올해 1월부터 '유도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로, 변칙적인 다리 태클 기술 등을 금지했다. 17일 수원에서 끝난 '2010 월드 마스터스(Masters)'는 바뀐 규정의 첫 적용무대였다.

남녀 각 7체급에서 세계랭킹 16위 이내의 선수만 참가해 최고수를 가린 결과, 기본에 충실한 국가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한국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일본(금 6·은 5·동 10)에 이어 종합 2위를 했다. 아시아 국가가 12개의 금메달을 휩쓸었고, 프랑스가 나머지 금메달 2개(은 2·동 3)를 가져갔다. 작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가 금메달 8개를 딴 것과 비교하면 아시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정통 유도의 부활

유도(柔道)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무도이다. 상대의 힘에 맞서기보다는 그 힘을 역 이용한다. 유도의 '본'은 대표적인 공격·방어법을 가장 간결한 형태로 만들어 체계화한 것이다. 기술은 크게 메치기와 굳히기로 나눌 수 있다. 메치기는 서서 구사하는 '선 기술'(손·허리·발 기술)과 누우면서 메치는 기술로 세분된다. 굳히기는 누르기·조르기·꺾기 등 이종격투기에서 말하는 '그라운드 기술'이 해당된다.

1980년대 이후 유럽에서 유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럽 선수들이 힘을 앞세운 변칙적인 다리 기술로 강세를 보였다. 그러자 '유도가 레슬링이나 삼보(러시아 격투기)와 다른 게 뭐냐'는 비판이 거세졌다. 대한유도회 김정행 회장은 "태클 금지(반칙패) 규정이 생겨 유도 고유의 정통성을 찾을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다리를 잡는다고 무조건 반칙패는 아니다. 정석 공격을 하는 연결 동작의 하나로 순간적인 다리 잡기를 하는 행위는 인정된다. 상대가 시작한 기술을 역공하기 위해 시도하는 다리 잡기도 허용된다.

황예슬이 일본의 구니하라를 공격하고 있다. 우승상금 6000달러를 받은 황예슬은 “상금이 걸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두배로 기쁘다. 부모님께 드리겠다”고 말했다.

큰 기술로 승부한다

IJF가 신설해 처음 치른 이번 수원 마스터스에선 여러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우선 전체 경기 59%가 한판 기술로 끝났다. 14체급 결승에서도 한판승이 7번(50%)이었다. IJF의 후안 카를로스 바르코스 심판위원장은 "비슷한 수준의 선수가 싸울 때는 한판승이 나오기 어려운데 다양한 고득점 기술을 볼 수 있었다"며 반겼다. 남자 73㎏ 우승자인 방귀만(세계랭킹 4위·국군체육부대)은 결승에서 프랑스의 질 본옴므(세계랭킹 8위)가 허벅다리 후리기를 시도하자 되치기로 눕혀 '초대 마스터'에 올랐다. 전체 경기 중 반칙패는 단 네 번이었다.

톱 랭커들이 대부분 출전하다 보니 경쟁이 치열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세계랭킹 1위 13명 가운데 타이틀을 차지한 선수는 6명뿐이었다. 입상조차 못 한 세계랭킹 1위도 왕기춘(남자 73㎏급·용인대)을 포함해 5명이었다. 2007·2009 세계선수권자인 왕기춘은 2회전에서 일본의 아와노 야스히로(세계랭킹 13위)에게 밭다리 걸기 한판패를 당했다. 안 뒤축 기술을 시도하다 중심을 잃으면서 역습에 걸렸다. 국내 선수 최다 연승 기록도 53에서 그쳤다.

앞날 밝은 한국유도

한국은 남자가 금 2개(73㎏ 방귀만·81㎏급 김재범), 은 1개(100㎏급 황희태), 동 2개(60㎏급 최광현·90㎏급 이규원)를 땄다.

여자 유도도 선전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09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 하나씩에 그쳤던 여자팀은 금 1개(70㎏급 황예슬), 은 3개(63㎏급 공자영·78㎏급 정경미·78㎏ 이상급 김나영)를 수확했다. 특히 세계랭킹 14위인 70㎏급 황예슬(한체대)은 준결승에서 세계 2위인 헝가리의 아네트 메스자로스를 한판으로 꺾고, 결승에서도 일본의 구니하라 요리코(세계랭킹 7위)를 되치기 절반으로 눌러 깜짝 우승 했다. 여자 63㎏급 은메달 공자영(포항시청)은 세계랭킹이 18위라 대회 참가기준에도 못 미쳤으나, 주최국 선수 자격으로 출전해 값진 성과를 올렸다. 여자 대표팀 배상일 코치는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온 우리 여자 선수들에겐 정석 유도가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