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이 아이티의 비참한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데 비해, 경쟁사인 Fox뉴스는 이 참사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미국 LA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CNN의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Cooper)가 포르트프랭스 거리의 잔해 위를 기어오르고, 무너져내린 건물의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 카메라맨은 이 맨발의 CNN앵커를 비추며 “‘비(Bea)’라는 이름의 13살짜리를 꺼내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지진이 덮친 아이티의 지난 사흘간의 축소판이 돼 시청자들에게로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전문 구조자가 아닌 이들이 겨우 삽 한 자루를 들고 이 재앙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몇 분 뒤 쿠퍼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한 쪽 다리가 부러진 듯 보이는 소녀를 꺼내는 데 성공한다. 지진 발생 18시간 만이다. LA타임스는 쿠퍼와 CNN스탭들은 사건 현장에서 가장 생생한 이미지를 세계에 전한 최초의 서방 언론이었다고 보도했다. 그 덕에 13일 쿠퍼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다”고 말한 이 소녀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신문은 아이티의 비극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지만 CNN을 비롯한 주요 뉴스를 통해 사람들이 이 비극을 극복해 가는 모습이 보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엄청난 재앙을 입은 현장이 언론에 의해 전세계에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LA타임스는 CNN의 이러한 모습이 황금시간대에 정치적인 내용을 주로 방송하고 있는 경쟁사 Fox뉴스와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비판론자들이 Fox뉴스가 보수적이고 정치적인 움직임에 치중하고 있을 때, Fox뉴스의 황금시간대 헤드라인은 이 세계적 참극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신문은 “가까운 이웃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동안 션 해너티(Hannity)나 글렌 벡(Beck)이 폭스뉴스의 새 진행자인 새라 페일린(Palin)과의 장황한 인터뷰를 내보내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13일 서부의 야생마가 직면한 위협에 대한 대담을 방송한 빌 오라일리(O’reily)도 마찬가지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인디애나 대학의 언론학 교수 랜달 E.킹(King)은 “폭스뉴스가 이 세계적 재앙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며 놀라고 실망스러웠다”며 “저녁 황금시간대의 방송 내용은 그 방송사가 그날 가장 중요한 뉴스가 뭐라고 판단했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