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높이를 처음으로 측정한 외국 탐험가, 만장굴 탐험가를 아십니까?'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본부장 오익철)가 사단법인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소장 유철인)와 공동으로 제주의 숨은 가치를 발굴한 선각자들을 소개하는 '화산섬 제주세계자연유산, 그 가치를 빛낸 선각자들'이란 책자를 12일 발간했다.

이 책에는 1901년 6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백록담 정상에서 아네로이드 기압계로 한라산 높이 1950m, 정상 분화구인 백록담의 지름 400m, 깊이 70m를 측량한 독일인 지그프리트 겐테(Siegfried Genthe 1870~1904년) 등 세계자연유산과 관련된 선각자 6명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독일 쾰른신문 기자였던 겐테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라산을 등정한 뒤 "한라산처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감동적인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곳은 분명 지구에서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란 기록을 남겼다.

김녕초등학교 교사이던 부종휴(夫宗休·1926~1980년)씨는 김녕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탐사대를 조직해 1946~1947년 전체 길이 7400m, 최대 높이 25m, 너비 18m로 용암동굴로는 제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만장굴(천연기념물 제98호)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1969년에는 길이 7033m의 빌레못동굴(천연기념물 제342호)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 제주도 방언과 곤충, 자연 등을 연구해 '제주도학(濟州島學)'을 정립한 '나비 박사' 석주명(石宙明·1908~1950년)씨와 한라산을 1000번 이상 등반한 김종철(金鍾喆·1927~1995년)씨도 소개했다.

이 밖에 제주의 특산식물인 한라산 구상나무를 명명한 영국인 윌슨(Ernest Henry Wilson·1876~1930년), 조선시대에 한라산을 등정한 뒤 '남명소승(南溟小乘)'이란 기록을 남긴 임제(林悌·1549~1587년) 등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