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 기대되는 신인 배우 유인나(28). 그는 무려 8년을 가수 준비생으로 보냈다.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게 마냥 좋아서 가수 를 꿈꾸다가 변변한 앨범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어느덧 20대 중반을 넘겼다.

2년 전 현재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며 정식으로 연기 수업을 받게 됐고, 가수보다 배우가 적성에 더 잘 맞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 과거 때문일까? 그는 MBC 인기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에서 '가수 지망생' 인나 역할을 능청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MBC

▶ 우월한 S라인으로 시선집중

'지붕킥'의 김병욱 PD는 오디션을 통해 그를 캐스팅한 후 "한 마디의 대사를 줘도 맛있게 할 줄 아는 친구가 필요했는데, 네가 딱"이라며 유인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기대에 보답하자'는 일념으로 묵묵히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하나둘 응원을 보냈다.

첫 반응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나왔다. 자옥(김자옥)의 하숙집에 온 보석(정보석)이 화장실이 급해 문을 따고 들어간 곳에서 인나(유인나)가 샤워를 하고 있던 장면에서다. 샤워 타올을 걸친 채 뛰쳐나온 인나가 보석에게 변태라고 소리치며 화내는 짧은 신이었다.

"그 장면(샤워신) 사실 급조됐다. 원래는 목욕 가운에 머릿수건까지 제대로(?) 갖추고 달려나오는 거였는데 제작진이 '급히 뛰어나온 것 치고 너무 완벽히 준비한 티가 난다'며 갑자기 수정했다. 결국 현장에서 구한 큰 수건 한 장으로 몸을 대충 감싸고 머리카락은 젖은 상태 그대로 뛰쳐나왔다."

실내 수영장에서 정음(황정음)과 비키니를 입고 등장했던 에피소드 역시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숨겨진 S라인으로 우월한 몸매를 과시하자 비중과 분량도 쑥쑥 늘어났다.

"(촬영) 5일 전 비키니신 연락을 받고 걱정과 부담이 앞섰다. 고민 끝에 극 중 인나의 성격에 맞춰 귀엽고 발랄한 수영복을 직접 골랐는데, 시청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다. 샤워신과 수영장신 이후 인나-광수의 분량이 조금 더 늘어난 것 같다(웃음)."

시청자들 사이에 "유인나는 누구?"라는 관심이 날로 늘어갔다. 이런 관심들이 광수-인나 커플이 중심의 에피소드(영화 '은밀한 유혹'의 패러디)를 가능케 했고, 이 에피소드로 두 사람은 88만원 세대의 가난한 젊은 커플들의 애환을 잘 표현해 내며 '지붕킥'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극중 광수의 집에 살다시피 하는 장면 때문에 "동거하는 대학생 커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절대 아니다. 몇번 광수 집에서 벌어진 에피소드 때문에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가난한 커플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지붕킥' 인나는 배우 유인나에게 '최고의 선물'

극중 인나와 실제 인나는 다르다. 그는 "실제 성격은 (가수 준비를 할 때) 꽤 진지한 편이었다. '지붕킥' 인나처럼 가볍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붕킥' 인나가 배우 유인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배역이자 최고의 선물이 됐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상 적합한 배역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다. 무겁지 않고, 나를 보여주기 수월한 역할이니까."

슬슬 욕심이 생길만도 한데 '분량에 대한 불만은 없나?'라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친다.

"당연히 불만 없다. 분량이 많고 적음보다는 강하게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신이 좋다. 모니터링을 하다보면 인나의 대사와 표정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짧은 장면이라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 연기를 보이고 싶다. 오히려 김 PD님이 내가 조바심을 낼까 봐 '인나야. 다른 배우들 러브라인 때문에 널 많이 못 챙겨준 거 같아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때마다 '충분히 행복하다. 괜찮다'고 말씀드린다. '지붕킥'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벅차고, 나란 존재를 이만큼 끌어올려준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이어 "인나가 러브라인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치 않는다. 인나는 정음의 연애에 조언하며 이미 깊게 관여하고 있는 셈"이라며 "게다가 정음의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도 하고 있다. 정음의 감정을 이끌어 내는 사람은 다름아닌 인나"라고 말하며 자신의 배역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했다.

▶광수-인나 커플 깨지면? "울음바다 될껄요?"

'지붕킥'은 기존 시트콤들과는 달리 서사적 전개에 큰 비중을 둔다. 단편적인 에피소드 조각들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 축을 따라 흐른다. 따라서 수 회에 걸친 러브라인 전개가 가능하고, 등장 캐릭터들의 성장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또 이야기 축의 전개에 배역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도 한다. 조만간 성사될 '이순재-김자옥의 결혼'이 그렇다.

"두 분의 결혼이 제일 걱정(?)된다. 이순재-김자옥 커플이 합치면 하숙집 분량이 줄어들 것 같아 김 PD님께 '결혼은 정말 하는건가? 그런 광수랑 인나는 없어지나?'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김 PD가 웃으며 '결혼은 하더라도, 너넨 살아남으니 걱정말라'고 답해주셨다."

네티즌들 사이에는 "무능한 광수가 인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니 헤어지는 게 낫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심지어 "후반부에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될 듯"이라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나도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두 사람이 헤어지면 네티즌이 가장 슬퍼할 커플이 아닐까? 난 너무 슬플 것 같다. 항상 붙어있고 함께 하는 두 사람이 그런 이유(경제적 문제)로 헤어진다면 허전함에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만약 내가 '지붕킥' 인나라면 광수를 데리고 아르바이트 현장을 다닐 것 같다. 젊은 청춘인데 뭔가 먹고 살만한 일은 있지 않겠나?(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