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들에게 적용되는 병역혜택 범위가 다른 분야에 비해 턱없이 좁고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바둑인 병역특례는 잉씨배 등 3개 국제프로대회 2위 이내 입상자에게 적용되다가 스포츠 편입 이후 2008년 11월부터 아시안게임 1위, 올림픽 3위 이내 입상자로 변경됐다. 새 방식 수혜자는 올 11월 열릴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 때 처음 배출될 전망이다.
하지만 바둑계는 4년제 아마추어 스포츠행사 성적만으로 특례 대상을 선정하는 것부터 비합리적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바둑은 향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정식종목에 계속 포함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게다가 바둑은 70여개국에 보급돼 있지만 한·중·일 3개국이 메달을 다툰다는 점에서 '올림픽 3위 이내'란 규정 적용은 난센스란 지적이다.
바둑이 예술로 분류되던 2008년까지 약 20년간 바둑계 병역특례 수혜자는 이창호 등 단 5명뿐이었다. 2001년~2006년 8월까지의 통계자료에도 전체 예술요원 특례자 158명 중 바둑은 단 3명(1.9%)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체육요원 특례자 85명을 포함할 경우엔 1.2% 남짓한 비율이다. 한국 바둑은 이 기간 동안 50회 가깝게 세계를 제패하며 국위를 선양했다.
젊은 프로기사들이 갖는 최대 고민은 군 복무연령과 바둑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20세 초반으로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 천재로 불리던 유망주가 제대 복귀 후 범재(凡才)로 전락하지 않은 경우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 바둑의 세계다. 특례 범위가 워낙 좁아지면서 상당수 바둑 영재들이 저학력 병역 면제를 겨냥, 중학 진학부터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둑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무용분야에 병역특례 인정 국제대회 4개를 추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충격과 부러움에 휩싸여 있다. 현재 무용의 특례대상 대회 수는 모두 21개다. 클래식 분야는 무려 123개나 된다. 바둑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지원병제를 채택, 병역의무로부터 자유롭다. 대만도 프로기사들에게 폭넓은 대체복무 제도를 실시 중이다. 중국은 다양한 국가 지원책까지 동원하면서 '바둑 공한증'에서 벗어나 한국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특례범위 재조정과 별도로 바둑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포함시켜 달라는 것도 바둑계의 해묵은 소망이다. K리그에 출전해 온 광주 상무 축구팀, 불사조 농구단 등이 좋은 선례다. 바둑인들은 현역 복무 중인 프로기사들로 팀을 구성해 바둑리그에 출전시킬 경우 1석2조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한다.
상무부대 축소 방침 때문에 당장 여의치 않다면 다른 병무기관들이 바둑팀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용산 소재 국방홍보원에는 연기자·가수·개그맨 등 14명의 연예병사가 복무 중이다. 마술사 이은결, 피아니스트 이루마 등이 거쳐 간 계룡시 소재 해군 홍보단에선 사물놀이·비보이·농악대 등의 특기병을 받아들이고 있다. e스포츠 팀인 공군 ACE팀에는 현재 11명의 스타크래프트 특기병이 복무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8명은 "바둑이 자녀교육에 도움을 준다", 3명 중 2명은 "바둑이 국위 선양에 기여했다"고 답할 만큼 바둑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확고하다(2008년 7월 한국갤럽 조사). 사실 병역 문제는 스포츠로 전환하면 만사가 해결될 듯 총력을 쏟았던 바둑인들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예술이냐, 스포츠냐의 영역 논쟁은 부질없는 일. 병역특례 및 특기병과 관련한 해당 부처들의 유연한 정책 배려가 없을 경우 국기(國技) 하나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란 중론이다.